35년만에 만난 새엄마와 딸, 친구가 되다…영화 '더 미드와이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클레어(카트린 프로)는 오랫동안 조산원 분만실에서 일해온 베테랑 조산사다.
항상 성실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그는 쉬는 날 텃밭을 가꾸는 게 유일한 취미다. 그런 그녀의 일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조산원은 문 닫을 위기에 처하고, 의대생인 아들은 임신한 여자친구를 데려온다.
게다가 어렸을 때 한마디 말도 없이 집을 떠난 새엄마 베아트리체(카트린 드뇌브)가 35년 만에 연락을 해온다. 오랫동안 엄마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 집혀있던 클레어는 뻔뻔하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새엄마가 밉기만 하다. 그리고 참지 못하고 내뱉는다. "우린 절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요."
하지만 클레어는 뇌종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를 외면하지 못하고, 자기 집에 모신다.
영화 '더 미드와이프'는 수십 년 만에 만난 모녀가 티격태격하다가 우정을 쌓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클레어는 매일 똑같은 칙칙한 색깔의 외투만 입는다. 술은 입에 대지 않고, 직장과 집, 텃밭이 그녀의 삶의 전부다.
베아트리체는 늘 진한 화장에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는다. 암 환자인데도 술과 담배, 육식, 도박을 즐기며 거짓말도 밥 먹듯 한다.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서로 경주라도 하듯 잔소리를 퍼붓는다. 누가 딸인지, 엄마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그렇게 미운 정이라도 쌓인 걸까. 딸은 새엄마를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엄마가 잠든 사이 화려한 립스틱을 발라본다. 늘 무뚝뚝했던 얼굴에는 미소가 생기고,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남자에게도 마음의 문을 연다.
한평생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던 엄마 역시 변한다. 그는 딸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인생의 마지막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데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엄마는 딸에게 편지를 쓴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네가 있어서 따뜻한 날들이었다." 그렇게 중년이 딸과 죽음을 앞둔 엄마는 친구가 된다.
프랑스의 국민 여배우 카트린 프로와 전설적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연기 호흡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영화다. 두 사람은 소리치거나, 울고불고하지 않는다. 절제된 연기로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은 "누구나 약간은 의무감을 느끼고 살아가고 싶어 하고, 또 약간은 베짱이처럼 인생을 즐기려고 한다는 걸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소중한 생명 탄생의 모습도 담는다. 조산사 역을 맡은 카트린 프로가 실제 분만실에서 직접 신생아를 받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목의 미드와이프는 '조산사'를 의미한다. 3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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