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난 셔틀콕 스타 정재성…이용대의 '오랜 단짝'
단신 극복하고 남자복식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
"지도자 첫발 내딛는 시점에"…배드민턴계 애도 물결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배드민턴 스타' 정재성 삼성전기 감독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배드민턴계가 충격에 빠졌다. 향년 36세.
경찰에 따르면, 고(故) 정재성 감독은 9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자택 거실에서 홀로 잠을 자던 중 숨진 채 아내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정 감독이 3년 전 건강검진에서 심장박동이 불규칙하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등 유족 진술을 토대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정확한 사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검도 의뢰할 방침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 한 관계자는 "정 감독이 부정맥이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선수와 관계자들도 놀라서 경황이 없다"라고 전했다.
삼성전기 구단 관계자는 "구단에서도 다들 너무 놀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지난 1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에는 '레전드', '우상' 정 감독을 추모하는 국내외 팬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 감독은 2005년 태국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국제대회에서 28회나 정상에 올랐던 스타 선수였다.
특히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명콤비' 이용대(30)와 함께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고 남자복식의 계보를 이은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2006년 고등학교 2학년이던 '6살 동생' 이용대와 처음 짝을 이룬 정재성 감독은 2009년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최정상의 남자복식 듀오로 활약했다.
정 감독과 이용대는 2011년 프랑스오픈 슈퍼시리즈 1위, 덴마크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1위, 2012년 전영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1위에 오르며 배드민턴 팬을 열광시켰다.
특히 정 감독은 168㎝의 단신이지만 뛰어난 파워와 높은 점프, 강력한 스매시로 코트를 호령하면서 배드민턴 선수와 팬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이용대와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함께 하며 간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면서도 베이징 올림픽 16강 탈락, 도하·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유독 종합대회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던 정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후 정 감독과 이용대는 7년간의 동료애를 마무리하는 뜨거운 포옹 세리머니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용대는 현 소속팀 요넥스에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며 오랜 시간 함께했던 옛 파트너가 갑자기 떠나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퇴 후 삼성전기 코치로 활동하던 정 감독은 2017년에는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코치를 겸했고, 지난해 11월 삼성전기 남자팀 감독으로 선임되면서는 소속팀 지도에 주력해왔다.
특히 이달부터 본격적인 시즌 준비를 하던 터라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국가대표 시절 정 감독을 지도했던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이사(전 국가대표 감독)는 "작은 키에도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서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던 선수였는데…아까운 사람이 갔다"고 애통해 했다.
또 "효자이기도 했다. 모친이 병환에 계신 상태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메달을 못 따서 굉장히 서럽게 울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정 감독의 어머니는 2009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김 전무는 "지도자로서 첫걸음을 떼려는 시점에 가서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빈소는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33호에 차려졌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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