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단추 설전' 트럼프-김정은, 두달만에 전격해빙 '급U턴'
트럼프, '햄버거 핵담판' 파격행보로 북핵 돌파구 시도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처음으로 가시권에 들어온 '북미 정상회담' 시나리오는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그 자체다. 지난해부터 유례없는 대결구도로 일관했던 북미 관계를 고려하면 더욱 전격적이다.
불과 2개월여 전, 새해 벽두를 장식한 것은 이른바 '핵단추 설전'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말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튿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말의 전쟁'과 맞물려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아졌고, 한반도를 둘러싼 '핵 공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로 치솟았다. 지난해 1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북미 관계가 절정으로 치달은 것이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호' 시험발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경고하며 군사옵션도 배제하지 않는 기류로 돌아섰고, 워싱턴 일각에서는 대북 선제타격론·예방타격론까지 서슴없이 흘러나왔다.
이에 맞서 북한 정권은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 방안 검토 중"이라며 미국령 타격을 위협하면서 군사적 갈등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는 북미 갈등의 기폭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으로 부르면서 원색 비난했고, 기조연설에서는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맞서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노망난 늙은이'(dotard)라는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고, 유엔총회에 참석한 리용호 외무상도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초강경 대응'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남북 대화모드가 조성되고 문재인 행정부가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이어간 점을 고려하더라도 '북미 해빙'이 그만큼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6년 11월 대선 이전에는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서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 협상을 할 것"이라며 '햄버거 핵담판'까지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 최고 지도자 간 '원샷 담판'으로,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북핵이슈를 뚫겠다는 '통 큰 행보'에 나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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