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군 폭격에 구호대 발 동동…"동구타 거리엔 미수습 시신"
내전 감시단체 "20일간 사망자 900명 넘어"
ICRC "전선 상황 나빠 구호대 출발 연기"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식량과 필수 의료용품을 싣고 시리아 동(東)구타로 가려던 국제 구호대가 시리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발이 묶였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반군 지역 동구타 두마에 구호대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전선 상황이 위험해 출발을 연기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유엔과 ICRC가 구성한 구호대는 앞서 5일 트럭 46대에 식량과 물자를 싣고 동구타에 도착했으나 폭격 수위가 높아져 구호품을 다 전달하지 못하고 조기 복귀했다.
그에 앞서 시리아군은 구호대 트럭을 일일이 검색한 후 수술도구와 인슐린 등 필수 의료용품 상당량을 차량에게 내리게 했다.
유엔과 ICRC는 이날 다시 구호품 전달에 나선다고 예고했으나, 시리아군은 이를 무시하고 자국민 살상에 몰두했다.
이날 시리아군 공습으로 자말카 구역 등에서 민간인 7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지난달 18일 시작된 시리아군 공세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900명을 넘겼다고 보고했다.
이날 오전 동구타 함무리예 마을에서 AFP 취재진은 빈 건물에 전날 폭격에 숨진 후 미처 장례를 치르지 못한 시신 여러 구가 빈 건물에 줄줄이 안치된 모습을 목격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던 남성 2명이 폭격에 맞아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로 전신에 불이 붙은 참혹한 모습도 포착됐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시리아미국의료협회(SAMS)는 7일 밤 동구타의 한 병원에서 29명이 독가스 노출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올들어 반군 지역에서 염소가스 노출로 의심되는 호흡기 증세가 수시로 보고됐으나, 사용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반군 지역 민간 구조대는 시리아 친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쓴다는 의혹을 제시하는 반면에, 시리아정부와 러시아는 반군이 염소가스를 쓴다고 반박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시리아군은 전날 동구타의 허리 지역을 거의 관통, 반군 지역을 두 동강으로 분리했다. 중부와 북동부를 중심으로 동구타의 50%를 장악했다.
동구타 지역이 두 곳으로 분리되면 반군의 전력이 급격히 약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리아정부는 이날 동구타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인도주의 통로'가 추가로 설치됐다고 국영TV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7일부터 하루 다섯시간씩 공격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그 사이에 동구타에서 벗어나라고 주민들에게 종용했다.
그러나 약 40만에 이르는 동구타 주민 중 러시아군이 설치한 통로로 빠져나온 이들은 몇 명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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