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대표 "로힝야 집단학살 의혹…전쟁범죄 조사기구 필요"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에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의혹이 있는 만큼, 이를 조사하고 기소를 준비할 전쟁범죄 조사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8일 AF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전날 열린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에서 지난해 8월부터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제노사이드 행위가 벌어졌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혹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이드 대표는 "집단 암매장 현장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행위는 (미얀마) 당국이 반인권 범죄를 포함한 국제범죄의 증거를 고의로 인멸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유엔이 지난 2016년 시리아 내전에서 벌어진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기소를 준비할 조사단 설치를 투표를 통해 결정한 적이 있다면서, 미얀마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이드 대표는 "유엔 고위관리들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국제 법정에서 (로힝야족 학살에 관한) 형사소송 절차를 준비하고 진행할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한 새 기구 설립을 유엔 총회에 요청하자"고 촉구했다.
자이드 대표의 발언은 미얀마군과 정부가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인정청소' 논란을 지속해서 부인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인구의 다수가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은 오랜 핍박과 차별을 받아왔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對)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2차례에 걸쳐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 정부와 군은 지난해 8월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소탕작전에 나섰다. 유혈충돌을 피해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미얀마군은 이후 충돌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지만, 민간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사건 초기 한 달 만에 6천700명이 학살됐다고 추정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의 행위를 전형적인 '인종청소' 행위로 규정해 제재 등을 가했지만, 미얀마는 이런 주장이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조사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군은 자체 조사를 통해 국제사회가 주장한 잔혹 행위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미얀마 당국은 로힝야족 집단학살 및 암매장 현장인 로힝야족 마을 대부분을 중장비로 밀어버려 증거를 숨기려 한다는 의혹을 샀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11월 합의를 통해 지난 2016년 10월 이후 국경을 이탈한 로힝야족 난민 70여만 명을 2년 이내에 모두 미얀마로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신변안전과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은 송환에 난민들과 국제사회가 반대하면서 송환 일정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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