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김기덕 신작 개봉 불투명…영화계 "충격 넘어 분노"
할리우드 리포터 "최근 미투 폭로 중 가장 충격"
김기덕 측은 '연락 두절'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김기덕 감독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추가 폭로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제기되면서 영화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김 감독은 방송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방송을 본 영화계 종사자들은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면서 충격을 넘어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베를린영화제에서 선보인 김 감독의 신작 개봉은 물론 해외 배급도 불투명해졌다.
6일 밤 MBC 'PD수첩'은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문제를 다뤘다. 이날 방송에는 여러 여배우가 출연해 "(김 감독이) 성관계를 거부하자 해고 통보를 했다." "합숙 촬영 중 (김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등의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영화사 관계자는 "방송을 보다가 채널을 돌리고 싶었다"면서 "같은 업계 사람으로서 사실에 직면하고 대응하기 위해 끝까지 참고 봤을 뿐이지, 충격을 넘어 끔찍하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영화인도 "(김 감독이) 순수한 꿈을 지녔던 이들의 꿈을 짓밟았다"면서 "누군가에 즐거움을 주고, 사회가 말해주지 못하는 것을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소명의식을 가진 영화인들도 함께 모욕당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은 해외 영화매체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심층 기사를 통해 여배우들의 증언 등 방송 내용을 상세하게 다뤘다. 아울러 "김기덕의 혐의는 최근 일련의 '미투(#MeToo) 폭로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감독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다. 그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김 감독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이번 일로 국내에서 김 감독의 작품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감독은 한국영화계서 주류 감독은 아니지만, 그만의 뚜렷한 영화 세계를 구축하며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의 작품 중 '뫼비우스' '피에타' '그물' 등은 대형배급사인 뉴가 배급하기도 했다.
당장 그의 23번째 장편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봉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이 퇴역한 군함을 타고 여행하던 중 미지의 공간에서 여러 비극적인 사건들을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신작 역시 내용 수위가 높은 데다 (감독의) 성폭행 문제마저 불거져 개봉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배급도 불투명해졌다. 해외배급사 화인 컷 관계자는 "현재 제작사 측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며 "해외 배급 여부도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지난달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 부문에 초청됐다. 당시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한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과 존중으로, 그 누구에도 상처와 고통을 줘서는 안 되며 영화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배우나 말단 스태프를 인격 모독하거나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감독이 4년 전 '뫼비우스' 촬영 중 여배우 뺨을 때린 혐의 등으로 고소당해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은 것과 관련한 질문의 답변이었다.
김 감독은 "(안정과 존중을 중시하는) 그런 태도로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그런 사건이 벌어진 것은 유감"이라고 언급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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