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라사열 공포…백신도 없이 치사율 22% 창궐
올들어 90명 사망…백신 개발에 시간·비용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올해 초부터 나이지리아에서 바이러스성 출혈열 '라사열'(Lassa fever)이 창궐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정작 백신이 없어 모두가 애태우고 있다.
라사열은 신종 전염병은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 전례 없이 확산 속도가 빠르고 광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영국 BBC방송이 6일 전했다.
보건담당 직원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으며 일부 직원들은 감염돼 목숨을 잃었다.
라사열은 신체의 많은 기관들에 영향을 주고 혈관에 손상을 입힌다.
하지만 이를 치료하기가 무척 힘들다.
라사열에 감염되면 코나 입 등을 통해 피를 흘리는 등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때와 유사한 증상에 시달린다.
치사율은 통상 1%이지만 나이지리아의 경우 22%라고 나이지리아 질병통제센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올들어 지금까지 라사열 감염으로 숨진 사람은 모두 9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라사열 감염으로 실제로 숨진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라사열 감염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1천91명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된다.
말라리아나 뎅기열과 비슷하다.
만삭의 임신부가 감염됐을 때 80%는 태아를 잃거나 둘 다 죽는다.
라사열은 1969년 처음으로 나이지리아 라사에서 발견됐다.
이후 가나와 말리,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주변국에서도 나타났다.
바이러스 숙주로 서아프리카 일대에서 서식 중인 '멀티머메이트 쥐'(multimammate rat)들은 쉽게 주거 공간에 침입해 라사열을 옮긴다.
대소변과 피, 타액을 통해 전염되며 감염된 물건들을 만져도 걸릴 수 있다.
사람을 통해서도 감염되므로 보건담당 직원들도 보호장구 없이 라사열 감염자를 돌볼 경우 감염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나이지리아 정부와 협력해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
영국 정부는 보건 전문가들을 현지에 배치했다.
나이지리아 보건 당국은 쥐가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구멍을 막고 쓰레기를 뚜껑이 있는 통에 버리도록 당부하고 있다.
음식물은 밀폐 용기에 담도록 촉구하고 있다.
라사열 감염자를 돌보는 사람들은 반드시 보호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진단 시약과 치료, 백신 등 효과적인 의료 수단이 없어 이런 노력이 허사가 되고 있다.
백신이 라사열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복잡하기도 하고 개발비도 비싸다.
백신 시제품은 라사열이 창궐하는 지역에서 시험용으로만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몇몇 정부와 다국적 제약회사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사 공동 창립자 빌 게이츠 부부의 세계 최대 민간 자선재단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이 참여해 2017년 만든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백신 생산을 가속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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