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특사단 접견도 배석…김정은 체제서 역할 커지나
특사 방남 이어 잇단 대남 활동…"사실상 비서실장 역할"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5일 대북특별사절대표단 접견 및 만찬에는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배석해 눈길을 모았다.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달 9일 방남한 데 이어 한반도 정세의 앞날을 좌우할 중대 이벤트에 연속으로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물론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했던 터라 이에 대한 답방 차원으로 이뤄진 특사단의 방북 접견에 함께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접견에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외에 김여정 제1부부장만 자리한 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여정이 '김씨 일가'의 일원이라는 자산을 등에 업고 앞으로도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6일 "최근의 국면전환 상황을 설계하는데 김여정이 상당히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실상 김정은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이는데 김정은에게 직언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남 및 특사 접견 과정에서는 남북관계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를 포괄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김정은 체제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역할이 점점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여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였던 고용희(2004년 사망)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위로 김정철·김정은 두 친오빠가 있다.
후계구도에서 멀어진 뒤 권력에서 소외된 큰오빠 김정철과 달리 김여정은 김 위원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며 정치적 입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2012년 국방위원회 행사과장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 그는 2014년 3월 치러진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소에 김정은을 수행하고 등장하면서 처음으로 북한 매체에서 실명이 거론됐다.
이어 2014년 11월부터 2016년 5월께까지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호명되며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 동행했다. 그가 참석한 행사나 동행한 수행 인사 등을 봤을 때 북한의 최고지도자 우상화와 체제 선전을 담당하는 당 선전선동부에 소속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는 2016년 5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1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린 뒤 1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7일 당 제2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진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노동당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주석단에 앉아있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돼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실감케 했다. 지난달 방남 당시 북측은 직책을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 명시해, '부부장'에서 승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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