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잇단 파격행보…南인사에 北노동당 청사 첫 공개
김정은 집무실 있는 건물…청와대서 김여정과 오찬한 데 대한 답례로 풀이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을 맞으면서 잇따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5일 특사단과 면담과 만찬을 한 노동당 청사는 남측 고위인사에게 처음으로 공개한 곳이다. 과거 방북한 특사단이 주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찬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면담과 만찬에 소요된 시간도 오후 6시부터 4시간 12분이나 된다.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지 3시간 만에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한 것 자체가 그간의 관례와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데, 특사단이 김 위원장과 함께한 장소 또한 과거와는 차별화된 셈이다.
이를 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특사단의 방북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동당 청사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사용하는 최고지도자 집무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은 '혁명의 수뇌부', '당중앙' 등으로 최고지도자를 언급할 때면 상징적으로 3층짜리 건물인 노동당 본청사의 사진을 내보내곤 한다.
건물 꼭대기 중앙에 노동당 마크가 새겨져 있고, 그 위에 노동당기가 펄럭이는 본청사는 평양시 중구역 창광거리(1단계) 창광동에 자리 잡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업무를 보좌하는 서기실(비서실)도 이 건물에 있다.
한마디로 노동당 본청사는 우리의 청와대 격으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나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가 대부분 이곳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에 공헌한 과학자·기술자, 전투기 조종사 등 공로자들을 불러 기념사진을 찍을 때 노동당 청사를 배경으로 자주 사용해 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집권 다음 해인 2013년부터 매년 노동당 청사에서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해왔다.
이처럼 중요한 장소이고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는 곳이어서 노동당 본청사는 그동안 남측 인사들에게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대북 특사단을 노동당 청사로 초대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특사였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청와대에서 면담하고 오찬을 한 것에 대한 답례로 풀이된다.
노동당 본청사는 노동당 부장·부부장 등 고위간부들이 거주하는 고층 아파트와 인민대학습당 등으로 둘러싸여 요새화된 곳이다.
창광거리 1단계 지역은 노동당 본청사, 당 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등 각 전문부서가 입주한 건물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 또 창광거리 1단계와 2단계 주택단지에는 노동당 간부 전용 아파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 관련 부서는 평양시 대성구역의 별도의 건물에 있으며 일명 '3호 청사'로 불린다.
한편 북한은 대북 특사단에게 평양 대동강변의 외국 귀빈용 고급 휴양시설인 고방산 초대소를 숙소로 내줬다.
북한 외무성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방산 초대소는 고방산 언덕에 있는 흰색 외벽에 지상 3층, 지하 1층 건물로, 2013년 방북한 에릭 슈밋 당시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이 묵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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