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힌두교 천민 출신 여성 첫 상원의원 탄생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소수자 중 소수자'라고 할 수 있는 힌두교 최하층 카스트 출신 여성이 상원의원에 당선돼 화제다.
5일 파키스탄 지오뉴스에 따르면 지난 3일 파키스탄 4개 주의회 등에서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 개표결과 힌두 달리트 출신인 크리슈나 쿠마리 콜리(39·여)가 남부 신드 주에서 당선됐다.
크리슈나는 당선이 확정되자 "자랑스럽다"면서 "나를 상원의원 후보로 지명해준 파키스탄인민당(PPP)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지브란 나시르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한다면 의회는 모든 종교, 계층, 성별의 대표자를 가져야 한다"면서 "크리슈나를 뽑은 제1야당 PPP에 찬사를 보낸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인구 2억명 가운데 97%가 이슬람 신자인 파키스탄에서 힌두교 신자는 2%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파키스탄 내 소수자인 힌두교 신자 가운데에서도 카스트에 따라 또다시 차별이 있었기에 파키스탄 정부는 1957년 '지정 카스트령'을 선포해 이른바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달리트에 해당하는 40개 카스트를 지정해 복지 등에서 특별히 배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40개 지정 카스트 가운데 하나인 콜리 카스트에 속하는 크리슈나는 실제로 험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10살을 전후해 가족의 빚을 강제노동으로 갚는 '담보 노동'(bonded labor)에 3년간 종사하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풀려났으며 중학교 3학년 때인 16살 때 결혼했다.
하지만 그는 남편과 시부모의 지원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고 2013년 파키스탄 신드 대학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담보노동과 직장 성희롱에 반대하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에 종사했다.
파키스탄 첫 여성총리인 베나지르 부토를 배출한 파키스탄인민당(PPP)은 이번 상원의원 선거에서 크리슈나를 자신들의 기반이 강한 신드 주에서 여성 몫 상원의원 후보로 지명했고 그는 당선됐다.
파키스탄에서 힌두 달리트 남성은 앞서 2009년과 2015년 각각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한편, 이번 상원의원 투표 결과 여당인 파키스탄 무슬림리그(PML-N)는 종전 27석에서 33석으로 의석이 늘었으며 PPP는 종전 26석에서 20석으로 의석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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