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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혜림 "해체뒤 대학생활 1순위…장학금 받고 책도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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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혜림 "해체뒤 대학생활 1순위…장학금 받고 책도 번역"
지난해 한국외국어대 통번역과 입학…"인턴 기자에 도전해 합격하기도"
"원더걸스 내겐 기적 같은 팀…마지막 곡 나온 날 엄청 울었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데뷔하면서부터 학교에 다니고 싶었어요. 나이로는 11학번으로 입학해야 하는데,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활동할 당시여서 팀이 해체된 뒤 대학생활을 1순위에 뒀죠."
지난해 1월 원더걸스가 해체한 뒤 혜림(26)은 그해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회의통역번역커뮤니케이션학과 17학번으로 입학했다.
그는 입학과 함께 거주지를 학교 인근인 동대문구 이문동으로 옮기고 대학생활에 무게 중심을 뒀다. 보통 아이돌 가수들이 학업보다 연예계 활동에 치중하고, 팀이 해체되면 솔로로 나서는 것과 달리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개강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혜림은 환한 미소에 상큼한 단발머리가 잘 어울렸다.
그는 "홀로 활동을 많이 안 해서 하고 싶기도 하지만 학교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며 "공부만 열심히 해서 지난해 1학기 때 장학금도 받았는데 그것보다 한 번도 결석을 안 한 점이 자랑스럽다. 동기들이 나보다 어려서 미팅과 소개팅은 안 해봤다"고 웃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직후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홍콩으로 이주한 혜림은 현지에서 14년간 살았다. 그는 홍콩에서 열린 JYP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합격해 2007년 2월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고 2010년 앨범 '투 디프런트 티어스'(2 Different Tears)부터 원더걸스에 합류해 7년간 활동했다.
그는 "원더걸스는 내게 기적 같다"며 "살면서 하기 힘든 정말 많은 경험을 해 멤버들 모두 후회가 없다. 뒤늦게 합류해 너무 좋은 언니들을 만났으니 이런 기회가 없었으면 어떡했나 싶다"고 돌아봤다.
또 해체할 당시를 떠올리며 "각자 하고 싶은 일과 음악 취향이 뚜렷해지면서 그런 때가 왔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며 "그런데 지난해 2월 우리의 마지막 곡인 '그려줘'가 나온 날 뒤늦게 슬픔이 밀려와 집에서 엄청 울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혜림과의 일문일답.



-- 팀이 해체된 뒤 지난 1년간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 멤버들 모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돌아가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의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룹 활동이 끝나면서 대학에 입학했고, 수업에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예능도 간간이 했다. 지금은 여느 대학생들처럼 관심 분야가 많아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있다. 연예계 일로는 예전에 아리랑TV '팝스 인 서울' MC를 맡은 적이 있어 진행을 해보고 싶고, 작사·작곡에도 관심이 많다. 또 통번역과이니 기회가 되면 국제회의 관련 일도 해보고 싶다. 글쓰기 수업도 재미있어서 한 영자 신문의 기자 인턴십에 지원해 합격했는데 휴학을 해야 해 포기했다. 예전에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해외 취재 경험이 무척 재미있었다. 여러 옵션을 열어두고 있다.
-- 최근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서포터스로 활동해 표창장도 받았다.
▲ 외교부를 자주 검색하는데, 대학생 해외 안전여행 서포터스를 모집 중이란 기사를 보고 지원했다. 친구들과 조를 만들어서 어떻게 홍보할지 논의하면서 영상도 찍고 공항에 가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일을 했다.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 학교생활에 무척 열심이라던데.
▲ 집과 학교는 가까워야 해 학교에서 10분 거리에 산다. 보통 오전 7시에 일어나 오전 9시 수업 시작 전에 학교에 간다. 1년을 다녀보니 오후 3시 전까지 수업을 마치고 그 뒤에는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잘 맞아 2학년 1학기부터는 시간표를 오후 3시 이전으로 다 짰다. 부전공으로 중국어 외교통상도 공부해 수업 끝나고 집에서 예습, 복습도 한다. 요령이 없는지 교양은 시험이 조금 힘들어 학점이 생각처럼 안 나온다.(웃음) 입학 전에는 '대학 가서 배우는 것 없다'는 얘기도 꽤 들었는데 난 배우는 게 무척 많다. 생각만큼 재미있다. 혼자 하니 더 책임감을 느끼고 옆에서 도와줄 멤버들이 없으니 내 모습도 나온다. 누가 시키면 안 해도 스스로 마음먹은 건 잘한다. 하하.
-- 음악 관련 학과가 아닌, 통번역과를 택한 이유는.
▲ 원더걸스 활동을 하면서 영어와 중국어 등 언어와 관련된 개별 스케줄이 많았다. 홍콩은 광둥어를 쓰니 중국의 푸퉁화(普通話·만다린)를 원어민처럼 하지 못했고, 영어도 들리기엔 발음이 좋지만 말 속에 내공이 없는 것 같았다. 기초가 없다는 생각에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최근에는 책 번역도 하고 있다. 한 출판사에서 SNS를 통해 쪽지가 와 소통하다가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소재로 한 책의 번역 제안을 받았고 지금 작업 마무리 단계다. 평소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데 이번에 번역하면서 문학에 매력을 처음 느꼈다.
-- 입학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꽤 주목받았을 것 같은데.
▲ 처음 입학했을 때는 친구들이 신기해했는데 점점 그런 게 없어졌다. 시험 기간에는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시험공부도 같이 한다. 교수님도 좋고 나보다 어린 과 친구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다.


--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뒀는데, 11년 전 어떻게 JYP 오디션에 도전했나.
▲ 어린 시절에는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고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보아 선배를 너무 좋아해 숙제도 안 하고 영상을 찾아보며 연습을 했다. 지금은 뭔가를 하고 싶으면 과정을 생각하는데 그땐 가수가 너무 되고 싶은 마음 하나였다. 학교 다닐 때 자주 창문을 바라보면서 무대를 상상해 선생님이 '혜림, 또 데이드리밍'(Daydreaming·백일몽)이라고 말씀하셨다. 한번은 월드컵 때 한국과 토고전을 한인들이 대형 스크린으로 함께 보는 행사가 공원에서 열렸는데, 그때 보아 선배의 곡으로 오프닝 공연을 했다. 당시 시간상 두 번째 곡을 못해 아쉬웠는데 마침 얼마 뒤 JYP 오디션이 있었다. 그때도 보아 선배의 노래를 했고 3차까지 합격하고서 한국으로 왔다.
-- 홍콩에서 와 중국계라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 JYP 연습생으로 뽑힌 뒤 원더걸스 합류 전에 중국 저장(浙江)TV에서 미쓰에이의 페이·지아 언니와 '시스터즈'란 그룹으로 활동해서 중국계라고 생각하신 분이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 모두 한국 분이시다. 홍콩에서 아버지는 태권도 관장, 오빠는 사범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도장에서 살았다. 도장에 칸막이를 쳐서 이층침대를 놓고 잤다. 주말이면 잘 때 아이들이 운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미있는 건 내가 품새는 못 외우는데 안무는 잘 익혔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 원더걸스에 합류했을 때 바로 미국 투어를 가야 해 안무와 동선을 한꺼번에 외우는 게 힘들기도 했다. 그땐 내가 민폐 같았는데 언니들이 많이 안아줘 차츰 익숙해졌다.


-- 연예계 도전에 후회는 없었나.
▲ '텔 미'와 '노바디'가 히트한 뒤 팀에 들어가 부담됐고 원래 내 파트가 아닌 부분을 하니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 좋은 멤버들을 만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했으니 후회는 없다. '원더걸스를 조금 더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선미의 '가시나' 무대를 보면서도 넷이 해도 참 멋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원했다면, 이젠 좀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은 측면은 있다. 또 원더걸스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이어트가 무척 힘들었다. 하하.
-- 멤버들과는 요즘도 소통하고 지내나.
▲ 유빈 언니와 함께 소속사에 남았고, (회사를 떠난) 예은 언니나 선예 언니와도 연락한다. 선예 언니는 미국 활동 때 호텔 방을 같이 썼는데 무척 잘 챙겨줬다. 언니가 요즘 방송에서 캐나다 생활을 공개 중인데 '잘 봤다'고 하니 부끄러워하더라. 원하는 선택을 해 후회 없이 잘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언니가 남편인 제임스 오빠를 아이티 봉사 활동 때 만났는데 그때 언니가 같이 가자고 했지만 안 갔다. '그때 갔더라면 나도 누굴 만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다.(웃음)
-- 앞으로 계획은.
▲ 학교생활은 지금처럼 열심히 할 것이다. 또 지난해 (같은 소속사 후배 그룹인) 트와이스의 '날 바라바라봐'의 작사·작곡에 참여했는데 곡 작업을 해 다른 가수들에게도 주고 싶다. (연기에 관심은 없는지 묻자) 한중합작 영화 '연애의 발동:상해 여자, 부산 남자'에서 지진희 선배님의 딸 역할을 맡아 중국어 대사를 하며 연기했는데, 새로운 분야여서 흥미로웠지만 스스로 오글거리는 느낌이 있어 쉽지 않았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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