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왕에서 스피드광까지…패럴림픽 태극전사 '이색 경력'
최석민, 낚시 프로로 15년 활동…김윤호는 '스피드 마니아'
이도연, 한국 선수 첫 동·하계 패럴림픽 동시 메달 도전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하는 태극전사 36명 중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경우도 있지만 어른이 된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중도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동계 장애인스포츠에 입문한 사연이 각양각색이고 톡톡 튀는 이색 경력이 눈에 뛴다.
장애인 스노보드에 출전하는 최석민은 '낚시왕' 출신이다.
최석민은 40대 후반에 늦깎이로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전에 15년간 배스 낚시 프로로 활동하며 국내 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19세 때 교통사고로 오른쪽 발목을 잃은 후 절망에 빠진 그가 새로운 열정을 쏟아부은 게 낚시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쪽 다리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고, 낚시가 탈출구 역할을 해줬다. 20대에는 집보다 낚시터에서 보낸 시간이 많다.
그는 33세이던 2002년 스노보드를 처음 접한 후 눈밭 위에서 질주하는 매력에 흠뻑 빠지면서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낚시용품 유통업체를 운영하며 겨울이면 개인 코치 2명과 스키장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곤 했다.
그는 지난해 장애인체전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슬라롬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기량을 인정받았고, 평창 패럴림픽을 앞두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스노보드를 탈 때 가장 행복하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같은 장애인 스노보드에 출전하는 김윤호(35)는 자타가 공인하는 '스피드 마니아'다.
김윤호는 열여덟 살이던 2001년 오토바이 사고로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오토바이를 타며 속도감을 즐기던 그는 사고 후 방황의 시간을 보냈고, 등산으로 재활을 시작해 아이스하키 동호회 활동으로 동계 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15년 대한장애인스키협회 스노보드 선수 모집에 지원했고, 타고난 운동신경과 단련된 상체 근력 덕분에 스노보드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2016년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코퍼스 스노보드대회에서 11위에 올랐다.
아내와 두 아이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인천시설공단 직원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아이들에게 내 꿈에 도전하는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36명의 태극전사 중 하계 장애인스포츠 종목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선수들은 수두룩하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한국인 최초로 동·하계 패럴림픽 동시 메달에 도전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여전사' 이도연(46)이다.
이도연은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사이클 2관왕에 올랐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패럴림픽 핸드사이클 로드레이스(장애등급 H4)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사이클과 마찬가지로 어깨와 팔, 손의 힘을 쓰는 게 관건인 노르딕스키를 통해 동계패럴림픽에 데뷔하는 이도연은 세 딸의 어머니로 동계 패럴림픽에서도 메달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같은 크로스컨트리스키의 이정민(32)은 촉망받는 영국계 금융 회사 직원으로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조정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다.
또 알파인스키의 시각장애 2급 선수인 황민규(22)는 고교 시절 장애인체전 육상 종목에서 3관왕에 올랐고, 장애인 아이스하키의 장동신(42)은 27세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후 휠체어펜싱에 입문해 2002년 부산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사브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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