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탈출] '세종맘'이 본 해법…지옥같은 유치원 전쟁 없어
세종시 유치원 94% 국공립…직장어린이집 재원율 '최고'
시 지원 프로그램도 많아…세종, 출산율 1위 도시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서울에선 맘에 안드는 유치원에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내고 아이를 맡겼죠. 세종에선 더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유치원에 보낼 수 있어요."
남편 직장을 따라 1년 반 전 서울 강서구에서 세종으로 이사를 온 허은진(38) 씨는 이사 전 큰 아들 유치원 전학 부담이 컸다.
서울에서 치른 지옥 같던 유치원 입학 전쟁 기억 탓이다.
허 씨는 서울에서 국공립유치원 2곳과 사립 유치원 1곳 추첨에서 모두 줄줄이 떨어졌다.
어렵게 들어간 사립 유치원은 버스를 타고 20여 분을 가는 거리에 있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달리 대안이 없었다.
반면 세종시에선 새 학기가 시작되니 바로 국공립유치원 몇 곳에서 입학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경쟁률 수십 대 일이 기본인 서울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일이었다.
허 씨는 "세종에 있는 초등학교에는 거의 모두 단설 유치원이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사립 유치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종시에는 사립 유치원을 찾기 어렵다.
세종시에 따르면 시에 있는 유치원 53개 중 50개(94.3%)가 공립이다.
서울 공립유치원 비율(23.8%)의 무려 4배에 달한다.
전국 평균 비율(52.6%)과 견줘도 비교가 무색할 만큼 높은 수준이다.
어린이집 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장어린이집 재원율은 16.6%로 전국 평균(3.6%)을 크게 웃돈다.
맞벌이를 하는 오민주(35) 씨는 "두 아이를 모두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비용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역량도 만족하고 있다"며 "다만 어린이집은 여기서도 외벌이면 보내기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우수한 교육·보육 인프라는 대전·공주 등 인근 지역 젊은 부부를 세종으로 끌어들인다.
이런 영향으로 세종은 지난해 12월 기준 평균 연령이 36.7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이는 전국 평균(41.5세)보다 무려 5세 가까이 낮다.
다만 압도적인 국공립 인프라 비율이 부모들의 선택 폭을 좁히는 측면이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황영선(41) 씨는 "사립 유치원 교육 내용이 다양하다고 생각해서 9km 떨어진 공주에 있는 곳에 보낸다"고 말했다.
세종시 폭넓은 지원도 젊은 부부들의 육아·교육비 부담을 낮춘다.
황 씨의 아이는 대구에서 월 10만원씩 수업료를 내고 발레와 방송댄스를 배웠는데 세종에서는 시 지원을 받아 아파트 단지 곳곳에 설치된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3개월에 12만 원만 낸다.
황 씨는 "세종에 이사 와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당연히 비용 측면"이라며 "같은 돈이라도 여기서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풍부한 보육·교육 인프라는 아이들 간 상대적 박탈감을 줄여 부모들에게도 여유를 준다.
경기도 양주에서 이사 온 김수영(23) 씨는 학원 등 사교육에 매달리지 않아도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는 세종의 자율적인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했다.
김 씨는 "서울에서 학원 강사를 했는데 초등학생들이 밤 9시까지 수업을 하고 주말에도 학원에 다니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안쓰러웠다"며 "과연 저렇게 하는 것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인구는 선택적으로 이동하는데 직업·교육·주거가 3가지 요인"이라며 "세종시는 주거 환경이 좋고 교육 인프라도 풍부하며 일자리는 공공 섹터가 많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은 전국의 교육·보육 인프라 수준을 세종시처럼 단번에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국공립유치원이 선호되는 배경에 상대적으로 균질하고 양호한 교사의 질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확충과 함께 교사의 질 개선에도 주력하면 부모들이 체감하는 교육·보육의 질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혜진 세종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인프라 확대 외에 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교사 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보수 체계 등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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