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관] ① "영화 때문에 시골 여가 문화가 확 바뀌었어요"
소도시 농어촌 들어선 작은 영화관 영상문화 갈증 해결사 노릇
[※ 편집자 주 = 대한민국 작은 영화관 1호인 장수군 '한누리시네마'를 아시나요. 장수와 김제 등 전북을 중심으로 하나둘 태어난 미니 극장이 문화시각지대였던 전국 소도시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작년 7월 개관한 진도 작은 영화관은 7개월도 안 돼 진도 인구보다 많은 누적 관람객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저렴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던 작은 영화관이 고비를 맞았습니다. 지역 문화 활성화란 취지에 맞춰 도시 일반영화관 60% 수준으로 책정했던 작은 영화관 관람료가 속속 오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작은 영화관 성과를 점검하고, 농어촌 주민의 행복 쉼터 역할을 지속해서 이어갈 방안을 살펴봅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참말로 편하죠. 멀리 전주까지 안 나가도 되고."
1일 오후 전북 김제 지평선시네마.
매표소와 매점이 나란히 자리한 입구에 가족 단위 관람객이 올망졸망 모여 상영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아이들과 영화관을 찾았다'는 지역주민 김성국(47)씨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 '궁합'을 보러 왔다". 예전에는 영화를 보러 차로 30분 거리 전주까지 나갔는데 지역에 작은 영화관이 생겨 시간적·경제적으로 아주 편하다"며 만족한 표정이었다.
상업 영화관이 없는 농어촌에 들어선 '작은 영화관'이 지역 문화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화를 보려면 인접 도시까지 가야 했던 농어촌 주민에게 작은 영화관은 문화 갈증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국 작은 영화관 중 무탈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 중 하나인 '김제 지평선시네마'는 2013년 9월 문을 열었다.
이 미니 극장은 김제시 5억5천만원, 전북도 3억5천만원 등 10억원의 건립비용을 들여 김제 청소년수련관 1층에 2개 관, 총 99석 규모로 지어졌다.
특히 제1관은 65석 규모로 3D 영화까지 상영한다.
관람료는 일반영화 6천원, 3D 영화 8천원. 일반영화 관람료가 지속적인 물가상승과 일반영화관과의 형평성 문제로 이달 초부터 1천원 올랐지만, 대도시 멀티플렉스와 비교하면 극저렴하다.
김제시는 주민이 싼값에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위탁 대신에 직영을 택했다.
그동안 김제 주민은 극장이 없는 탓에 시청이나 학교 등지에서 한참 유행이 지난 영화를 관람하곤 했다. 작은 영화관이 생긴 뒤로는 큰 불편 없이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남 진도군에 문을 연 작은 영화관에는 개관 7개월 만에 4만 명이 다녀갔다.
'진도아리랑 시네마' 누적 관람객은 진도군 인구 3만1천여 명보다 많다.
진도군에는 1978년 옥천극장 폐관 이후 39년 동안 영화관이 없었다. 주민들이 영화를 보려면 차로 1시간 거리인 목포로 가야만 했다.
진도아리랑 시네마 관계자는 "진도 인구가 3만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모든 주민이 한 번 이상 영화관을 찾은 셈"이라며 "대도시 멀티플렉스 영화관 절반 수준 요금만 내면 볼 수 있는 점도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는 데 한몫을 했다"고 자평했다.
전형적인 농촌인 전북 고창군 고창읍 '동리시네마'는 농한기인 요즘 영화를 보러 온 관객으로 주말과 휴일 객석이 가득 찬다.
동리국악당 지하에 자리 잡은 동리시네마는 2개 관에 객석이 93석에 불과하다.
'동네 사랑방'이기도 한 이 작은 영화관은 2014년 6월 문을 열었는데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가 20만 명을 훌쩍 넘겼다.
국내외 최신 개봉작을 비롯해 독립·예술영화,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웰메이드 영화까지 상영해 최고의 주민 만족도를 자랑한다.
전남 화순군에도 최근 작은 영화관이 생겼다. 화순에 영화관이 생긴 건 37년 만이다.
인구 6만여 명인 화순에는 1981년 신안극장이 문을 닫은 이후 영화관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달 2개 관에 관람석 124석을 갖춘 '화순시네마'가 개관했다.
이 영화관은 정부와 전남도·화순군이 17억9천만원을 들여 재단장한 군민회관에 자리했다.
일반영화는 물론 3D 영화도 소화한다.
개관 이후 입소문을 타고 극장은 연일 만원 행진 중이다.
2014년 6월 문을 연 전북 무주 산골영화관도 주민은 물론 대전 등 인근 지역민의 데이트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0년 장수군 자체 추진 사업이던 '한누리시네마' 성공을 기반으로 2013부터 극장이 없는 109개 기초지자체를 상대로 본격적인 작은 영화관 사업을 추진했다.
이들 작은 영화관은 대형 스크린과 고급 음향시설, 넓은 좌석 등 대도시 멀티플렉스에 뒤지지 않는 시설을 갖췄다.
영화관이 들어서자 주민 여가생활 형태도 바뀌었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차량으로 수십 분에서 많게는 2시간 이상 도심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기 때문에 만족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작은 영화관 건립 전에는 '연 1∼3회 정도 관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건립 후에는 응답자 46.3%가 '연 10회 이상 관람'이라고 답해 작은 영화관이 관람 횟수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도시 영화관에 비해 손색없는 시설을 갖춘 영화관이 생기자 문화 소외층인 어르신들도 영화관을 찾고 있다"며 "작은 영화관이 어르신에게는 추억을, 청춘들엔 낭만을, 어린이들에겐 희망을 전하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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