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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비핵화' 못 박은 미국, 이제 북한이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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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비핵화' 못 박은 미국, 이제 북한이 선택해야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잇따른 대화용의 표명에 대해 무를 수 없는 핵심 조건으로 '비핵화'를 못 박고 나섰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는 28일 "비핵화라는, 표현된 목표가 없는 시간벌기용 대화는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내퍼 대사대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의미 있고 진지한 입장을 표명한다면 대화에 참여할 의지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를 보일 때까지 대화로 가는 길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북 대화의 '적절한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조건은 비핵화"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대화의 목표나 조건으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북미대화의 문턱을 더 높인 것으로도 들린다. 북한이 고위급대표단 방남을 통해 우리 정부에게서 들은 미국의 입장을 놓고 앞으로의 행보를 고심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하다.

내퍼 대사대리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핵·미사일 개발의 시간 벌기로 사용해온 전력이 있다"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적절한 태도를 보여야 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화하겠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일 수 있는 적절한 조처를 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먼저 대화 의사를 비친 점을 고려하면 미국 측이 이런 입장에서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퍼 대사대리나 노어트 대변인의 발언은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하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김 부위원장의 방남 결과를 반영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김 부위원장이 전날 오전 사흘간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북측 대표단 얘기를 종합해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분석이 이뤄지면 미국 쪽에도 이런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한 점으로 볼 때 아직 분석 결과가 미국 측에 전달된 것은 아닌 듯하다.

내퍼 대사대리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추가 연기 가능성은 없다"고 확언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미국북한위원회(NCNK)가 주최한 북한 문제 세미나에 참석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4월 첫 주에 훈련이 재개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조심스러워 시기를 못 박고 있지는 못하나 연합군사훈련이 4월 초 재개되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된 듯하다. 군사훈련 뒤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기회의 창이 점점 더 닫혀가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보고받고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비핵화를 조건으로 내걸어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의지 천명에도 평소처럼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은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여길 만하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을 통해 남북관계가 그만큼 안정화됐다는 의미일 수 있고, 북한이 우리의 중재를 내심 기대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문 특보가 워싱턴 D.C. 세미나에서 "한미가 종합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부분이 주목된다. 문 특보는 "만약 한미가 합리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공동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현만 된다면 북한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북한도 도발적인 발언을 삼가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기회의 창이 아예 닫히지 않게 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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