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주 "추상회화에서 찾은 구원…갈아엎는 작업서 희열"
PKM갤러리서 개인전 '추상 본능'…3월 29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폭풍우가 캔버스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만난 신민주(49) 작가의 그림은 어두운 계열의 아크릴 물감이 아무렇게나 튀고 흘러내린 흔적이 가득했다.
작가는 영화, 사진 이미지 등을 실크스크린으로 복제하는 작업을 하다가 10여 년 전 추상 회화를 시작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린 고통, 투병 생활이 작업의 변화를 몰고 왔다.
"고통은 상대적인 것이지만 저는 굉장히 무력해지더라고요. 작품이라는 걸 해야만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근본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캔버스와 물감, 그중에서도 블랙앤화이트 작업을 선택하게 됐어요."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참혹함을 경험한 인류가 더는 아름다움이나 도상적인 작업이 아니라, 화면이 행동의 장이 되는 액션 페인팅으로 돌아서지 않았느냐"면서 "나 또한 개인의 서사에서 고통과 직면하게 되니 변화가 왔다"고 설명했다.
무엇인가를 아름답게 장식하겠다거나 어떠한 형상을 만들어내겠다는 욕심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작업에서 실수나 오류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다. "그 순간이 나를 구원했던 순간이었어요. 흘러내린 것, 짓뭉개진 것도 수용하게 됐어요. 그런 것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작가는 실크스크린 작업으로 손에 익은 도구인 스퀴지를 사용해 안료를 반복적으로 밀어낸다. 캔버스를 눕히지 않고 세워놓고 작업하는 것도 특징이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돌진한다'고 표현했다.
"일반적인 붓은 단조로운 면이 있어서 제게 내재한 화와 분노가 붓질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스퀴지로) 확 갈아엎을 때 머리가 쭈뼛쭈뼛 서면서 시원함이 느껴져요. (웃음)"
이번 전시에는 150호 대작 회화 위주의 신작들이 나왔다. 흑백뿐 아니라 유채 계열의 단색 바탕에 흑백의 강렬한 붓질을 대비시킨 작품들이 눈에 띈다.
28일 공식 개막하는 전시는 3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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