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적 일군 한국 봅슬레이 4인승 "넷이 뭉치면 더 강합니다"
원윤종 "파일럿도 겸한 김도현의 조언 큰 도움"…김동현 "우리 팀 파일럿 믿어"
서영우 "우리의 장점은 조직력"…전정린 "힘을 모아 함께 발전했다"
(평창=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네 명이 손을 모았고, 새 역사를 만들었다.
아시아 봅슬레이 사상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김동현(31·강원도청) 팀은 입을 모아 "조직력은 우리가 최고"라고 말했다.
각자 헬멧에 '건곤감리'와 태극 모양을 달아 썰매에 탑승하는 순간, 태극기와 완성되는 조합으로 24∼25일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를 누빈 한국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1∼4차 시기 합계 3분 16초 38로 전체 29개 출전팀 중에서 최종 2위를 차지했다.
주행을 마친 뒤 서로를 강하게 포옹한 네 명은 "우리가 해냈다"라고 포효했다.
그들의 말처럼 '개인이 아닌 팀'이 해냈다.
일반적으로 봅슬레이 4인승은 봅슬레이 2인승 두 팀을 합해 만든다.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봅슬레이팀은 달랐다.
파일럿 원윤종은 "개개인의 기량은 유럽, 북미 선수들을 앞서지 못한다. 하지만 네 명이 뭉치는 힘은 우리가 강하다"며 "선수 네 명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연맹, 후원 단체 등 많은 분이 함께 만든 은메달"이라고 말했다.
2인승 파일럿이지만, 4인승에서는 브레이크맨으로 이동하는 김동현은 "나는 우리 파일럿(원윤종)의 주행 능력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 팀을 지원하는 모든 분의 열정을 믿었다"며 "나도 파일럿 경험이 있으니 (원)윤종이 형에게 '이런 느낌이 있다'는 등으로 상의를 했고, 형이 잘 받아주셨다"고 했다.
원윤종도 "주행 경험이 있는 김동현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4인승 경기 때는 상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동현과 전정린은 4인승에 주력하고자 평창올림픽 2인승 출전을 포기했다.
김동현은 "희생이나 포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 큰 도전을 한 것"이라고 했다. 전정린도 "네 명이 힘을 모아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둘에게 자주 고마움을 표했다.
서영우는 "2인승을 포기한 건,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동현이 형, 정린이 형이 고맙다"라며 "다른 나라에선 4인승 팀에 미묘한 갈등이 있는데, 우리 팀은 정말 조직력이 좋다"고 밝혔다.
네 명이 힘을 모아 한국 봅슬레이의 새 길을 열었다.
맨땅에서 바퀴 달린 썰매로 훈련하는 설움을 겪은 이들은 '후배들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을 기대했다.
봅슬레이 경력이 가장 긴 김동현은 "봅슬레이 4인승 한 팀을 꾸리기도 쉽지 않은 나라였는데 올림픽 메달을 땄다. 40명이 4인승 팀 10개를 만들어 경쟁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하지만 당장은 먹고 싶은 걸, 실컷 먹고 싶다.
봅슬레이는 선수들의 '무게'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먹을 수는 없다. 근육 단련하기에 좋은 '맛없는 음식'으로 몇 개월을 버텼다.
서영우는 "짜장라면, 냉동식품, 부대찌개 등 그동안 먹지 못한 걸 다 먹고 싶다"고 웃었다.
김동현은 양념치킨과 피자를, 원윤종과 전정린은 '집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힘을 모아 참고 견딘 이들은 무엇보다 달콤한 열매, 은메달을 땄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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