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더용 코치의 세심한 관리가 빚어낸 이승훈의 '금빛 레이스'
분(分) 단위로 훈련 준비 체크…"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
(강릉=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너무 든든하죠. 보프 더용 코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른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이 간판스타 이승훈(대한항공)은 24일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이 확정되자 곧바로 보프 더용(42·네덜란드) 코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코치라기보다 큰형 같은 포근함으로 대표팀 선수들을 다독이고, '스케이트 강국' 네덜란드의 선진 기술을 태극전사들에게 전수해준 더용 코치에 대한 감사의 포옹이었다.
더용 코치는 빙상계의 레전드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 금메달을 땄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10,000m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는 밴쿠버 올림픽 10,000m 시상식에서 은메달리스트인 이반 스콥레프(러시아)와 함께 금메달을 차지한 이승훈의 무동을 태우면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 빙상계의 거물이 지난해 4월 한국 대표팀의 코치로 부임해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평창올림픽을 준비했다. 더용 코치의 합류는 한국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이승훈은 당시 더용 코치에 대해 "현역 시절 지치지 않는 레이스를 펼쳤다"라며 "더용 코치가 합류한 만큼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은 물론 경기 내내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비법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용 코치는 털털한 성격으로 대표팀에 녹아들었고, 선수들은 더용 코치에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밥데용'이라는 코믹스러운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선물하며 가족 같은 분위기를 이뤘다.
마침내 평창올림픽이 시작되고, 더용 코치는 선수들의 금빛 사냥에 힘을 보태는 데 애를 썼다. 특히 여자 팀추월에서 노선영(콜핑팀)이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해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더용 코치는 노선영을 다독이며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마침내 더용 코치의 애제자인 이승훈이 이날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내자 더용 코치는 누구보다 기뻐하며 뜨거운 포옹으로 금메달을 축하했다.
이승훈은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더용 코치의 조력이 우승에 큰 힘이 됐다고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더용 코치는 너무나 섬세하다. 경기를 앞두고 몇 시부터 몸을 풀고, 몇 시에 옷을 입고, 몇 시에 스케이트를 신어야 하는지 등을 분(分) 단위로 챙겨준다"라며 "지도뿐만 아니라 물도 챙겨주는 등 자잘한 것까지 섬세하게 보살펴준다"고 강조했다.
이승훈은 또 "상대 선수들의 데이터까지 세밀하게 제공한다. 너무 든든하다. 더용 코치의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라며 "오늘은 너무 좋아서 부둥켜안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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