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 인상] 치킨 배달료 받고 공짜 음료 사라졌다
본사 가격인상 눈치보기에 가맹점주들 '각자도생'
"최저임금 인상 부담"…'꼼수' 가격 인상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정빛나 기자 = 연초부터 식품·외식업계에 '도미노 가격 인상' 바람이 불면서 지난해 '갑질', '가격 인상 논란' 등으로 뭇매를 맞았던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가맹본부 상당수가 선뜻 총대를 메지 못한 채 눈치 보기 작전에 돌입하면서, 가맹점주들은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줄이고 배달료를 받는 등 각자도생하고 있다.
◇ "경쟁사가 총대 메기만을 기다려요"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연초부터 가격 인상을 검토했지만,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고 배달대행료 등 기존에 없던 지출이 많아졌으므로 가격 인상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수차례 내부적으로도 검토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인상 계획이 없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 올리게 된다면 경쟁사가 가격을 올린 이후가 될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유독 치킨 업계가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지난해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은 '악몽'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BBQ치킨이 8년 만에 주요 메뉴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공교롭게도 '김상조호'(號) 공정거래위원회가 BBQ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조사 안건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었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라는 업계 해석이 나오면서 BBQ는 결국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다른 치킨 업체들도 가격 인상 계획을 접거나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 초부터 정부가 외식물가를 특별관리하겠다며 사실상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어 당분간 업체 간 '눈치 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난해 프랜차이즈 업계가 워낙 사건·사고가 잦다 보니 서로 더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정부가 유독 가맹업계만 옥죈다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 자구책 찾아 나선 가맹점들
가맹본부들의 눈치 보기에 가맹점들은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실제 기자가 지난 24일 서울 시내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전화를 걸어 치킨 배달 주문을 하자 '배달료 1천 원이 추가된다'는 매장 측 설명이 뒤따랐다.
기존 치킨 메뉴 가격은 그대로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가격이 1만6천 원에서 1만7천 원으로 약 6.25% 인상된 셈이다.
매장 측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너무 커져 배달료를 받고 있다"며 "다른 매장들도 배달료를 받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피자 가맹점들은 그동안 배달앱을 통해 주문할 때에만 쿠폰 제공을 하지 않거나 무료 음료수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배달앱 수수료 및 배달대행료를 충당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문 방식에 상관없이 무조건 배달료를 추가로 받는 가맹점들이 크게 늘었다.
치킨이나 피자 주문 때 무료로 제공하던 음료 서비스를 없앤 곳도 상당수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꼼수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메뉴 가격만 그대로일 뿐, 실제 소비자의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본사에서는 서비스 제공 여부는 가맹점 자체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가맹본부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판매 메뉴의 '권장 소비자가격'만 안내할 뿐이고, 모든 서비스 항목은 가맹점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배달료나 음료값을 받으라 마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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