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보다 유튜브 스타 더 좋아"…디지털 물결에 빠진 동심
유튜브 세계 첫 키즈 페스티벌 개최…팬 소통 많고 독창적 내용에 인기↑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우리 신나게 놀자"란 함성이 터졌다.
구글 유튜브에서 장난감 체험 방송을 하는 여성 크리에이터(1인 방송인) '유라'(본명 최다은)가 경기장 중앙 무대에서 동요와 함께 춤을 추자 장난감 머리띠를 한 아이들이 환호했다.
경기장 반대편에는 베이킹 방송으로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은 여성 크리에이터 '아리키친'(본명 김아리)이 꼬불꼬불 늘어선 줄 앞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다.
팬이 사인에 들어갈 자기 이름을 수줍게 말하고 함께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종전 연예인 사인회와 차이가 없다.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팬을 만나는 행사인 '키즈 페스티벌'이 열렸다. 1인당 1만2천∼1만5천원의 티켓을 사야 하는 유료 행사인데도 이날 현장에 4천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어린이용 콘텐츠의 패권은 최근 수년 사이 TV에서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완전히 넘어간 상태다.
국내 1위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에서 어린이 방송은 게임·예능·미용과 함께 가장 사용자가 많은 장르로 꼽힌다.
이날 행사에선 '도티' '잠뜰' '허팝' 등 구독자(영상을 꾸준히 보는 사용자) 수가 수백만∼수십만명에 달하는 국내 거물 크리에이터들이 부스를 차리고 팬들과 즉석 게임, 대담, 선물 증정 등의 이벤트를 벌였다.
부스 앞에 줄을 선 이지수(14·여)양은 "크리에이터는 팬들 댓글에 친절히 답해주고 전화 상담을 해줄 때도 있어 TV 속 연예인보다 더 친근하다. TV도 보긴 해도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큰 호감을 느낀다"고 웃었다.
4살과 5살 형제를 데리고 행사장을 찾았다는 권빛나(33·여)씨는 "아이들이 크리에이터 '삼촌'을 실제 보고 싶다고 해서 아침부터 나왔다. 요샌 IPTV에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가 탑재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TV보다도 온라인 동영상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살 쌍둥이 남매의 손을 잡고 줄을 선 정석모(40)씨는 "자녀에게 TV나 PC를 잘 안 보여주는 편이지만 유튜브가 또래 문화로 널리 퍼져 아이들이 안 좋아할 수가 없다. 영향력이 참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유튜브가 어린이 콘텐츠를 주제로 행사를 연 것은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이 '뽀로로'와 '타요' 등 외국 시장에서도 유명한 어린이 캐릭터를 많이 갖고 있는 데다 현지 크리에이터 생태계도 다른 나라보다 더 풍성해 첫 키즈 페스티벌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키즈 동영상은 2000년대부터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지상파 TV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했다.
아이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베이킹 실습, 엽기 과학실험, 곤충 사육 중계 등 차별화한 콘텐츠를 발 빠르게 발굴한 데다, 인터넷 채팅창과 스마트폰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시청자와의 교감을 대폭 늘린 덕이다.
키즈 페스티벌은 유튜브의 연례 행사인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18'의 산하 이벤트로 열렸다.
유튜브는 25일에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대도서관' '장삐쭈' '씬님' 등 전 연령에서 인기를 끄는 크리에이터들이 라이브 공연을 하는 이벤트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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