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삿포로行 무산 후 평창만 봤다…'와신상담' 김태윤의 값진 메달(종합)
아시안게임 선발전서 넘어진 후 평창 목표로 몸을 맞춰…3∼4㎏ 감량
평창 올림픽 빙속 남자 1,000m에서 '깜짝 동메달' 쾌거
(강릉=연합뉴스) 고미혜 김경윤 기자 = '제2의 모태범'으로 불리며 빙속 단거리 유망주로 주목받던 김태윤(서울시청)은 지난 2016년 12월 큰 좌절을 맛봤다.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바라보고 달리던 중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져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것이다.
2016년 세계 스프린트 대회에서 종합 5위를 하고 월드컵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최상의 컨디션을 과시하던 때라 충격이 더 컸다.
그러나 좌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태윤은 곧바로 일어나 삿포로 너머 평창동계올림픽을 새로운 목표로 세웠다.
이미 2014 소치 대회에서 올림픽 무대를 한 차례 밟아본 김태윤이었다.
단순히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결심만 한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도 세웠다.
올림픽이 열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얼음이 상대적으로 무르다고 판단한 김태윤은 빙질에 적응하기 위해 체중을 3∼4㎏ 감량했다.
무른 빙질이 힘을 써서 스케이팅하는 선수에게는 다소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중을 줄이면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아닌 다른 경기장에서 열릴 대회에선 불리할 수도 있지만 김태윤은 이미 시즌 전부터 "오직 올림픽만 바라보고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스케이트 날도, 주법도 다 평창에 맞춰 바꿨다.
그의 치밀한 준비와 노력은 1년 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빛을 발했다.
이번 시즌 1∼4차 월드컵을 합산한 순위에서 김태윤은 1,000m 15위에 그쳤지만, 목표했던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며 귀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깜짝 동메달'이었지만 김태윤 자신만큼은 놀라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한 김태윤은 곧바로 재능을 드러내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14년 처음 출전한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서 1,000m 7위를 차지하며 단거리 유망주 대열에 합류했다.
소치에서 치른 올림픽 데뷔전에서는 40명 중 30위에 그치며 국제무대의 벽을 절감했으나 경험을 자산 삼아 쑥쑥 성장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이승훈, 이상화, 김보름, 모태범 등 다른 빙속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면서 김태윤은 메달 기대주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누구보다 자신을 믿는 김태윤의 목표는 늘 메달이었다.
지난해 월드컵 대표 선발전에서 남자 1,000m 1위를 차지했을 때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도 김태윤은 "올림픽에 출전한 이상 목표는 무조건 메달"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메달을 꼭 안겨주겠다는 각오로 당당하게 얼음판 위를 달릴 것"이라던 김태윤의 당찬 약속은 그대로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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