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 지어줘 고마워요"…고향 안주 꿈 이룬 오희옥 지사
'독립운동가의 집' 완공…용인시민·기업·공무원·종중 '십시일반'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경기 용인의 '3대(代) 독립운동가' 오희옥(92·여) 지사의 꿈이 현실이 됐다.
용인시는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 720㎡ 부지에 방 2개와 거실, 주방을 갖춘 1층 단독주택을 최근 완공했다.
'독립운동가의 집'으로 명명된 이 주택은 용인시 공무원·시민의 성금, 해주오씨 종중의 땅 기부, 용인시 관내 기업들의 재능기부가 하나로 합쳐 지은 '용인의 집'이기도 하다.
정부가 아닌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들과 함께 독립유공자를 위한 집을 마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오 지사가 지난해 2월 28일 3.1절을 앞두고 수원시 보훈아파트를 찾아간 연합뉴스 기자에게 독립운동 활동을 이야기하고 나서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친 것이 계기가 됐다.
용인시가 '오 지사 고향 모셔오기 프로젝트'를 가동해 정찬민 시장과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 2천133만원을 모았고, 오 지사의 집안인 해주오씨 소종중에서 집터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100만원)와 원삼면 기관단체장협의회(500만원)도 후원금을 종중에 전달했다.
또 용인지역 기업들이 앞다퉈 재능기부에 나서 건축설계, 골조공사, 시공, 조경, 전기·소방설비를 담당한 덕에 지난해 8월 11일 착공한지 6개월 만에 완공됐다.
오 지사는 다가오는 3.1절 입주를 앞두고 23일 자신이 새로 살게 될 고향 집을 찾았다.
햇빛이 길게 들어오는 안방에서 유리창 밖을 바라보던 오 지사는 마당 한쪽을 가리키며 "여기에 텃밭을 만들어 상추를 길러 먹어야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어 안방에 놓인 붙박이장과 화장대를 손으로 쓰다듬은 오 할머니는 거실로 나가더니 검은색 소파에 앉아보기도 하고, 부엌 싱크대와 냉장고를 요리조리 살펴보며 소녀처럼 좋아했다.
그는 안방과 거실, 부엌, 마당을 차례대로 둘러보고 나서 "좋은 집을 지어줘서 고맙다"고 용인시 공무원들에게 말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오 지사가 왔다는 소식에 잠시 들러 "각계각층의 용인시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라를 위해 몸 바치신 지사님을 모셔왔다"면서 "아무쪼록 고향에서 즐겁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오 지사가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차량과 의료 등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오 지사는 당분간 지금 사는 수원 보훈아파트와 용인집에 번갈아 머물 계획이다.
오 지사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을 고향으로 둔 3대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이다.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고 나서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아버지 오광선 장군은 1915년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독립군단 중대장, 광복군 장군으로 활약했다.
만주에서 태어난 오 지사도 10살 어린 나이에 중국 류저우(柳州)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첩보수집과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등 광복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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