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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오름에 왜 불을 놓을까?" 제주들불축제 유래는
21돌 맞은 축제…20년간 445만명 찾아 불의 향연 만끽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불(火)과 오름(岳), 말(馬)을 소재로 오름을 태우며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제주들불축제가 올해로 21돌을 맞는다.

소와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해묵은 풀을 없애고,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인 '방애'와 정월대보름 액막이·소원빌기 의례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다.
앞으로 나흘 뒤인 3월 1일부터 4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평화로 주변 새별오름 등 제주시 일원에서 '들불의 소원, 하늘에 오르다'란 주제로 2018 제주들불축제가 펼쳐진다.
'불의 향연' 제주들불축제의 유래와 우리나라 대표급 축제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본다.

◇ 오름불놓는 축제의 유래는
"맞아! 벌레 때문이었어. 벌레가 없어져 농사가 잘될 수 있었고, 바로 그건 '불' 덕분이야."
탐라개국 신화에 나오는 삼신인(三神人) 중 하나인 고을라가 갑자기 소리쳤다.
1년 전 하늘에 제를 올릴 때 실수로 불씨가 번져 온 섬을 태웠다. 모두가 실의에 빠졌지만 그해 농사는 대풍이었다.
반면, 별 탈 없이 농사를 지은 이듬해에는 수확량이 오히려 줄어 모두가 이상하게 여기던 차였다.
고을라는 "지난번 불타고 난 뒤 들판의 풀들이 제법 싱그럽게 돋지 않았더냐. 다른 해보다 해충들도 없었고. 땅을 일굴 때도…."
부을라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에 그리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지난번처럼 섬을 모두 태우는 게 아니라 일부분만 태워보자는 거예요. 이를테면 저희가 농사짓는 땅 중에서 어느 한두 곳만 정해서요. 그래서 불을 피운 곳과 피우지 않은 곳에서 농사를 지어보자는 겁니다."
모두가 흔쾌히 찬성했다.

겨우내 언 땅이 풀릴 즈음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는 마음먹은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깨끗한 마음으로 목욕재계하고 정성 들여 마련한 음식으로 고사를 지낸 후 불을 놓으며 소망을 빌었다.
그리고 불을 지핀 곳과 지피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농사를 짓고, 결과를 기다렸다.
불을 지폈던 곳에서 자란 곡식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병충해를 입지 않아 훨씬 알찼고, 들판에 풀어 기르던 소와 말들도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는 해마다 불을 놓는 풍습을 마련했다.
봄의 길목에 다다르면 들판 여기저기, 이 오름 저오름에 불을 놓으며 소망하고 새해 약속하는 바를 다졌다.
언제나 근실할 것을, 언제나 소임을 다할 것을, 그리고 그 희망의 불길이 후손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랐다.
소망으로 사른 불은 잔잔한 바람의 손짓으로 활활 타올랐다.
[※ 제주들불축제의 기원을 제주 삼성신화와 연계해 이야기화한 스토리텔링북 '불타는 섬'(제주시 제작) 일부분을 요약·발췌해 소개한 기사입니다.]

◇ 1회부터 20회까지 445만명 찾았다
제주들불축제는 2015∼2018년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우수축제', 2016∼2018년 3년 연속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에 선정되는 등 제주를 넘어 우리나라 대표급 축제로 성장했다.
지난해 제주들불축제장을 찾은 방문객은 36만5천664명으로, 제주도민 74.8%(27만3천517명)·국내 관광객 22.6%(8만2천640명)·국외 관광객 2.6%(9천507명)를 차지했다.
1997년 제1회 개최 당시 1만3천명이 찾았던 소규모 축제에서 시작해 지난해 36만5천여명이 찾는 대규모 축제로 거듭났다.
20년간 축제장을 찾은 누적 관람객은 444만9천323명으로 445만명에 육박한다.
2014∼2017년 최근 4년간 누적 관람객은 138만3천374명,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천6억여원으로 추산됐다.
괄목할만하게 성장한 제주들불축제.
축제 초기에는 제주 북부의 동쪽과 서쪽에 있는 마을공동목장 등 일정한 개최지 없이 여러 곳을 옮겨 다녀야 했다.
그러다 1999년 들불축제를 보러 제주를 찾는 관광상품이 등장하는 등 저변을 넓혀가면서 새천년을 맞이하는 2000년부터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고정적으로 축제를 열게 됐다.
새별오름은 '하늘에서 제일 반짝이는 금성처럼 빛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 시가지와 서부권을 연결하는 기간도로인 평화로에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게다가 나무가 없는 풀밭으로 된 오름(한라산 화산폭발로 생성된 기생화산)으로, 불을 태워도 별다른 환경파괴가 없는 것으로 조사돼 최적의 들불축제 장소로 평가됐다.

2000년 제4회 제주들불축제가 처음으로 새별오름에서 열릴 당시 새천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2천발의 폭죽을 터트리는 '뉴 밀레니엄 불꽃축제'를 선보였다.
해발 519m 새별오름의 남쪽 경사면 26만㎡ 억새밭에 불을 놓아 들불의 장관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동시에 2천발의 불꽃을 터트려 마치 한라산이 화산 폭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오름정상 화산 분출쇼'는 제주 들불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로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들불축제가 제주의 대표 축제로 성장하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월에 열리는 시기적 특성상 꽃샘추위와 비바람 등 악천후로 인해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 행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해마다 반복됐고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2011년에는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제주 유입을 미리 차단하는 차원에서 들불축제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이 때문에 1997년 제1회 행사 개최 이후 올해로 22년이 되지만, 행사는 21회째를 맞이하게 됐다.
급기야 제주시는 2013년부터 축제의 명칭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바꾸고, 시기도 정월대보름이 아닌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속하는 주(週)의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로 변경했다.
올해에는 우연히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과 들불축제가 정확하게 들어맞아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시는 제주의 탄생과 탐라국 탄생설화, 제주의 사계절, 4·3을 비롯한 제주 사람들의 고난·시련 등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 주제공연과 오름 전체를 대형스크린 삼아 조명을 비추는 '미디어 파사드 쇼', 대형달집 점화, 오름 불놓기, 불꽃놀이로 이어지는 주행사를 통해 올 한해의 무사안녕과 만사형통을 기원한다.
b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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