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계와 언론계 침투" 폭로 뉴질랜드 여교수 협박 시달려
브래디 교수 "자택과 연구실에 도둑 침입…컴퓨터와 USB 훔쳐가"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뉴질랜드 정치권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연구하던 여교수가 협박에 시달리고 자택과 연구실에 도둑까지 침입하자 뉴질랜드 정부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20일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중국정치 전문가인 안네-마리 브래디 캔터베리대학 정치학과 교수의 이런 주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것을 관계기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아던 총리는 "그녀가 하고 있던 업무로 인해 어떤 범죄 행위가 있었거나 누군가 관련됐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우리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분명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래디 교수는 지난주 호주 의회 위원회에 출석해 지난해 12월 대학 연구실이 파손되는가 하면 지난주에는 집에 도둑이 들어 컴퓨터와 전화기, USB 저장장치가 없어졌으나 귀중품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도둑이 들기 전에는 익명의 협박 편지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편지에는 중국 국익을 해치려는 적대세력을 몰아낼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으며 "다음은 너의 차례"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브래디 교수는 또 중국에 있는 자신의 소식통들도 중국 보안 당국자들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정보동맹국들의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해 뉴질랜드에서는 중국이 정치권과 언론계, 교육계에 침투해 정치 엘리트들을 포섭하고 여론을 흔들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분석한 브래디 교수의 보고서 '마법의 무기'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뉴질랜드 집권 국민당 소속의 중국계 국회의원 양젠(楊健)이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요원 양성 기관 소속 경력을 숨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 스파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뉴질랜드를 시끄럽게 하기도 했다.
브래디 교수는 21일 '뉴질랜드가 제2의 알바니아가 될 수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이 신문에 기고하고 "뉴질랜드는 중국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지배당하지 않으려는 중소형 국가들을 위한 탄광의 한 마리 카나리아와 같다"고 우려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지난해 3월 뉴질랜드 방문 당시 중국과 뉴질랜드의 관계가 지난 1960년대 초반 중국과 알바니아 관계와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알바니아는 냉전 시절 옛 소련과 중국 패권투쟁의 대리국이었다.
yskw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