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핀란드 유학파' 안진휘, '절반의 분풀이'…"패배는 슬프다"
핀란드 프로젝트 출신 신상훈 어시스트에 안진휘 골 작렬

(강릉=연합뉴스) 안홍석 김지헌 기자 = 애증의 상대 핀란드와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승리에는 이르지 못했어도 핀란드 유학파들의 실력을 확인하는 '절반의 분풀이'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쳤다.
한국은 20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8강 진출팀 결정전에서 핀란드에 2-5로 아쉽게 졌다.
마지막 실점은 경기 막판 골리를 빼는 엠티넷 상황에서 내준 것이었고, 3점 뒤진 상황에서 한 골 차까지 쫓아간 점을 고려하면 박수가 아깝지 않은 경기였다.
세계 4위의 강호 핀란드를 끝까지 몰아세운 중심에는 핀란드에서 눈물 섞인 빵을 먹어가며 하키를 배운 안진휘(27·상무)가 있었다.
안진휘는 한국이 1-3으로 끌려가던 2피리어드 12분 9초에 신상훈의 패스를 받아 핀란드 골망을 흔들며 맹추격에 앞장섰다.
안진휘는 경기 후 "골은 정말 실감이 안 났다"며 "꿈만 같았고 얼떨떨했다"고 돌아봤다.
또 "저번 경기에서도 기회가 있었는데 슛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오늘도 비슷한 곳이었다. 더 보완했던 것이 몸에 배 있었고 그대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쉬워했다. 그는 "그 기회를 몰아서 하나 더 넣도록 집중했어야 했다"며 "물론 잘 싸웠다는 말도 나오지만, 스포츠는 결국 이겨야 하고 결과물을 내게끔 욕심을 내야 한다. 8강에 나가지 못하고 마지막 경기가 된 것이 슬프다"고 고개를 떨궜다.

안진휘는 2012년 7월 안양 한라가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전격적으로 추진했던 '핀란드 프로젝트'에 선발돼 핀란드 2부리그를 경험했던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당시 현지 팀이 약속과 달리 한국 선수들을 경기에 제대로 내보내지 않는가 하면 적절한 처우를 해주지 않아 고생이 컸다.
원정 경기에 갔다가 직접 운전해서 돌아와야 했는데, 수동 기어인 차를 몰 수 있는 사람이 안진휘밖에 없어 매번 몇 시간이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일화도 있다.
그런데도 안진휘는 "그 시간이 그때는 힘들었지만, 갔다 와서는 좋은 경험이었다"며 "많은 도움이 됐고, 오늘 핀란드와 경기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고 좋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선진 하키는 강하게 하고, 순간순간의 세밀한 싸움에서 강하다"며 "그걸 우리가 해야 했고, 거기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큰 선수들 사이에서 버텨야 하는 데 에너지만 쓴다고 지적받았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한국에 와서 나아진 것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안진휘는 "그때의 경험이 저라는 선수를 구성하는 부분 중 제일 큰 것 같다"는 말로 핀란드 시절을 압축했다.
이날 안진휘의 골을 어시스트한 신상훈도 핀란드 프로젝트 출신이다.
두 선수가 합작한 이 골은 한국 하키 시행착오와 투자의 역사 한편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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