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노르딕복합 1호 대표' 박제언 "포기 안할 겁니다. 끝을 봐야죠"
한국 최초 올림픽 출전 "더 좋은 모습으로 4년 뒤도 도전…외국팀과 훈련 절실"
(평창=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첫 올림픽을 홈 그라운드에서 치러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셈이었는데, 그걸 못했네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일정을 마친 한국 노르딕복합 '1호' 국가대표 박제언(25)이 아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제언은 20일 평창의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개인 라지힐/10㎞ 경기에서 31분 28초 8로 완주자 47명 중 최하위에 자리했다.
앞서 노멀힐에서 47명 중 46위에 오른 데 이어 두 경기 모두 최하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안방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경기 뒤 만난 박제언은 "4년 동안 준비하면서 이 올림픽을 바라봤고, 올림픽에선 최상의 상태일 줄 알았는데, 최악의 날이 되어버렸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코치님도 많이 바뀌다 보니 거기에 맞춰 저의 좋은 기량마저 잊어버린 듯해서 아쉬움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박제언은 이번 대회 노르딕복합 개인전 두 종목 외에 전날엔 최서우(36), 김현기(35), 최흥철(37)과 스키점프 단체전에도 출전했다.
한국은 스키점프 단체전 출전권이 없었으나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이 없는 최흥철에게 뒤늦게 단체전 출전 자격이 주어지면서 박제언까지 포함해 단체전에 나섰다.
극적으로 합류한 최흥철이 6번째 올림픽 출전 기록을 남겼지만, 결과적으로 이틀 연속 실전을 소화해야 하는 박제언의 경기력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박제언은 "경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견뎌보려고 했는데, 원래의 루틴을 깨고 경기를 하다 보니 더 어려웠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어제는 즐겁게 경기했다. 하이파이브할 동료가 있으니 몸을 풀 때도 신났다"면서 "제가 안 하면 단체전에 나갈 수 없는 거니까 위험을 감수하고 나간 건데, 많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고 말했다.
'동료'의 존재를 강조하는 건 여전히 그가 '1호'이자 '혼자'이기 때문이다.
박제언은 자신이 멈추면 한국의 노르딕복합 자체가 멈출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포기하지 않겠다. 평창이 끝나면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시작한 김에 열심히 해서 끝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박제언은 "다시 준비해 대륙컵을 위주로 출전하면서 포디움도 올라가 보고, 월드컵과 올림픽을 준비하고 싶다"면서 "지금보단 훨씬 좋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혼자니까 유럽 팀 등과 조인해서 훈련하면 좋을 것 같다. 국제연맹 관계자도 추천하더라"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면서 '전 세계 선수들이 한국에서도 노르딕복합을 한다는 걸 알게 된 점'이 가장 좋았다고 돌아본 그는 4년 뒤, 8년 뒤엔 '혼자'가 아니길 소망한다.
"제가 포기하지 않고 4년 뒤에 더 잘해서 그걸 본 어린 친구들이 노르딕복합에 도전하면 좋겠어요. 계속 성장해서 국제대회 '톱10'에 들어보고 싶어요."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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