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7일간의 동행…단일팀 선수들 "몸을 부딪치면서 정이 들었다"
"그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왔고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평창올림픽서 마지막 경기 끝…"헤어짐 아직 실감 안 나"
(강릉=연합뉴스) 하남직 안홍석 김지헌 기자 = 말도 탈도 많았던 27일간의 동행 끝에 마지막 경기를 치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의 표정에는 복잡다단한 감정이 떠올랐다.
단일팀은 2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스웨덴과 치른 7∼8위 순위 결정전을 끝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모든 경기 일정을 마쳤다.
지난달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한국 팀과 박철호 감독의 북한 선수단이 처음 만난 이후 이들은 '단일팀'이라는 새 호칭으로 불렸다.
대회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단체 구기 종목 단일팀의 팀워크나 출전 시간 배분 등을 놓고 무수한 뒷말이 나왔다.
이날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도 그간의 팀 내 융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단일팀의 두 번째 골을 기록한 '맏언니' 한수진은 "사실 식사시간과 운동시간 외에는 만나지 못했다. 라커룸에서 만나 얘기하곤 했다"며 접촉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수진은 "초반에는 서먹서먹했고, 처음이니까 경계하는 것도 있었다"며 "지금은 전혀 없다. (북한 선수들이 돌아가기 전까지) 같이 연습한다면 재미있게 추억에 남을 텐데"라고 덧붙였다.
골리 신소정은 "단일팀으로 치른 올림픽에서 압박이나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그간 받았던 스트레스를 털어놨다.
신소정은 "처음에는 북한 선수들이 두렵고 무섭기도 했지만, 그 친구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며 "서로 노력해서 금세 친해졌다. 경기 외적으로도 관심을 받아 하키가 알려지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일본전에서 단일팀의 역사적인 첫 골을 뽑았던 랜디 희수 그리핀은 "복잡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층위가 있었다. 이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몇몇 선수는 매우 기술이 뛰어났다. (김)향미는 오늘 뛰었는데 막판 좋은 슛을 날렸다. 그는 매우 강한 선수다"며 "기술이 좋은 탄탄한 선수들이었다"고 북한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단일팀의 가장 어려운 점은 선수나 훈련 부분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쏠린 관심이었다"며 "올림픽에 처음 나왔고 선수 절반은 10대인데 전 세계가 우리를 지켜봐서 신경이 날뛰었다"고 돌이켜봤다.
신소정은 "북한 선수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다"며 "정이 많이 들었고 몸을 부딪치면서 동고동락했다. 지나고 보면 속상할 것"이라고 다가올 이별을 말했다.
선수 12명과 코치진 3명 등 북한 선수단 15명은 평창올림픽 폐회식 다음날인 오는 26일 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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