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에 '갈지자' 네팔, 이번엔 中과 수력댐 협력 재개
총선서 중국 지지 총리 집권하자 파기했던 中 협력 정책 부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강대국인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네팔이 지난해 취소했던 중국과의 수력발전 댐 프로젝트를 재개키로 해 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신임 총리는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계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편견이나 압력이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지만, 수력발전은 우리의 주된 관심사이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부디 간다키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팔 정부는 지난해 6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하나인 25억 달러(약 2조7천억원) 규모의 부디 간다키 수력발전 댐 건설 계약을 중국 국유기업 거저우바 그룹과 체결했다.
하지만 친인도 성향의 신임 총리가 집권하면서 5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당시 파키스탄도 중국과의 댐 건설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야심 찬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했다.
당시 계약 철회는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려는 인도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총선으로 친중 성향의 좌파 연립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당시 총선에서는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UML) 네팔공산당과 마오주의 중앙(MC) 네팔공산당이 승리했다.
UML을 이끈 올리 총리는 인터뷰에서 "네팔의 석유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수력발전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팔은 대부분의 석유를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석유 수입액은 3배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네팔은 2017회계연도에 대인도 무역에서 60억 달러(약 6조4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네팔 전체 무역적자의 80%에 달한다.
네팔은 철도, 도로 등 중국과의 교역 인프라도 확충할 방침이다. 네팔은 지난달 수도 카트만두에서 중국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까지 연결되는 광케이블을 개통해 인도에 의존하던 통신 인프라를 다원화했다.
올리 총리는 1950년 인도와 맺은 평화우호조약의 개정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필요하다면 이를 서로 논의하고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네팔은 새 시대를 맞아 낡아빠진 것들을 현 상황에 맞게 고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방과 외교에서 인도에 종속됐다는 네팔 내 민족주의자들을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현재 네팔인 2만5천여 명이 인도군에서 복무하고 있으며, 2만여 명은 인도 경찰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다만 인도와의 관계를 의식한 듯 "우리는 언제나 인도와 훌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인도 지도자들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내정 간섭이 없을 뿐 아니라, 서로의 주권을 존중할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고 강조했다.
네팔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갈수록 남아시아에서 세력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인도의 우려를 더욱 키울 전망이다.
몰디브에서는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인도의 견제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극심한 정정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 역시 인도양 진출 차원에서 몰디브의 현 정권을 지지해왔다.
중국은 스리랑카에서도 콜롬보 항구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는 지난해 말 스리랑카에 거액을 지급하고 99년 임차 조건으로 남부 함반토타 항구의 운영권을 넘겨받기도 했다.
이에 다급해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올리 네팔 총리의 취임 후 3번이나 전화를 걸어 우호를 다짐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외교 사절까지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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