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양 떼 희생·성난 농심에도 '늑대와 공존' 선택
현재 360마리→2023년 500마리로…목축업자 지원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늘어나는 늑대가 빈번하게 양들을 공격하면서 해결책 찾기에 고심하던 프랑스 정부가 목축업자들의 강한 반발에도 늑대 개체 수를 늘리는 쪽을 선택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약 360마리로 추정되는 늑대 수를 2023년까지 500마리로 약 40% 늘리기로 했다고 AFP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정부는 목축업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자 매년 개체 수의 10%를 사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늑대들 공격이 빈번할 경우 이 기준을 12%까지 높였다.
또 가축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가 보조를 통해 담을 설치하는 것을 포함한 보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로서는 늑대와의 공존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프랑스에 살던 회색늑대는 1930년대에 사냥으로 모두 사라졌고, 약 60년이 지난 1992년 이탈리아를 통해 돌아왔다. 이탈리아에는 현재 약 2천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으며 이들은 스위스와 독일로도 퍼져나갔다.
보호종이 되면서 늘어난 늑대 수는 결국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 지역의 목축업자들과 정부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보통 하루에 2~4㎏의 고기를 먹어치우는 늑대들이 양 떼를 공격하면서 업자들의 재산상 손실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환경론자인 니콜라 윌로 환경장관은 늑대를 도태시키는 방법은 역겹지만, 목축업자들의 걱정을 고려하면 필요한 조치라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늑대들로 인한 피해가 날로 커지자 목축업자들은 지난해 11월 리옹의 거리에 수백 마리의 양을 풀어놓는 등 그동안 다수의 시위를 벌여왔다.
알프스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정부에 따르면 2016년 이 지역에서 모두 1만 마리의 양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다. 늑대는 이 밖에 사슴이나 멧돼지, 가축들도 잡아먹고 있다.
늑대로 인한 피해 신고로 정부는 2016년에 320만 유로(48억 원)를 보상했는데, 이는 2013년보다 60% 늘어난 액수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늑대들을 합법적으로 죽일 길을 열어놨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정부가 목축업자들의 로비에 맞설 "정치적인 용기가 부족했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늑대들이 이미 프랑스의 최대 양 사육지인 중부의 마시프상트랄에서도 출현하고 있다며 늑대와의 공존을 위한 제3의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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