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엄마, 꼭 메달 따 올게" 약속 지킨 차민규
어머니 최옥경씨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 않던 효자…내 아들이지만 장해"
아버지 차성남씨 울먹이며 "고생했다, 축하해"
(강릉=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꼭 메달을 따오겠다더니 정말 약속을 지켰어요.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건 차민규(동두천시청·25)의 어머니 최옥경씨는 경기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가슴이 벅차 진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는 19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500m 경기를 마치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요. 그냥 너무 벅찬 것 같아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아들이 맹훈련 중일 때도 항상 입버릇처럼 "다치지만 말라"며 늘 아들의 부상을 걱정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여한은 차민규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소치 대회를 앞두고 발목 인대가 다 끊어졌는데 더는 운동을 못 한다는 소릴 들어서 너무 많이 좌절했다"며 "그런데도 잘 버텨서 오늘처럼 좋은 성적을 내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집안 장손인 차민규는 3살 때 길을 가다 굴러 70바늘을 꿰맬 만큼 크게 다쳤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아들의 건강을 늘 예의주시했다.
누나를 따라 스케이트장에 가서 놀고 싶다고 했을 때도 우선 걱정부터 들어 말렸지만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최씨는 "하도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해서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3일짜리 주말특강반 수업에 다니게 해줬는데 그때부터 쭉 스케이트화를 벗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부상이 많은 쇼트트랙을 할 때만 하도 부상 한 번 없던 애가 스피드로 전향하고 나서 재수술까지 해야 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며 "지금은 많이 치료됐지만 간간이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와서 내색 한번 하지 않는 효자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가끔은 말썽도 피우고, 힘든 걸 모두 말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내심 섭섭했다고도 했다.
최씨는 "과묵한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기분이 다운될 때면 같이 백화점 쇼핑가자고도 하고 장난도 친다"며 "곧 아들을 만나면 정말 수고했다고 해주고 싶다. 내 아들이지만 너무 장하다"고 말했다.
최씨와 나란히 서 있던 아버지 차성남씨는 아들에게 무슨 말을 먼저 하고 싶냐는 질문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생했다,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소치 앞두고 크게 다쳤을 때 의사가 운동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아들이 '그래도 국가대표는 한 번 돼야 하지 않겠냐'더라"며 "그 힘든 위기를 극복해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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