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법 철회' 화난 오스트리아 시민…사흘만에 10만명 서명
의회에서 재논의 거쳐야…비흡연자 총리·흡연자 부총리 미묘한 갈등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는 오스트리아 우파-극우 연립정부가 금연법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났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사협회(OeAeK)가 정부의 금연법 시행 철회를 취소하라며 시작한 온라인 청원에 사흘 만에 10만 명 넘게 서명했다.
1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청원한 사안은 의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내무부 홈페이지는 16일 의사협회의 서명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서명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두 시간가량 다운됐다.
오스트리아는 서유럽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식당, 술집에서 흡연을 허용하는 나라다.
2008년에도 식당에서 금연을 의무화한 법을 통과시켰지만, 실제 시행되지는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전 정부는 올해 5월부터 식당, 술집 실내에서 금연을 의무화하는 법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총선으로 정권이 바뀐 직후 이 법 시행이 보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꾸린 극우 자유당은 금연법 시행 철회를 연정 참여 조건으로 내세웠다.
결국 새 정부는 15일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금연법 시행을 전면 철회했다.
자유당 대표인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는 몇 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흡연자다. 그는 식당 내 흡연이 선택의 자유라면서 법 시행을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서른한 살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비흡연자일 뿐만 아니라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그는 전 정부에서 금연법에 찬성했다.
토마스 체케레스 의사협회장은 "청원 결과는 매우 놀라울 정도"라면서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 시내 카페, 술집은 원칙적으로는 흡연 구역을 분리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면적 50㎡ 이하의 카페, 술집은 이런 규정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흡연율은 30%로 유럽연합(EU)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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