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식당주인 행세하다 덜미 잡힌 라이베리아 학살주범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1990년 라이베리아 내전 당시 최악의 학살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당시 라이베리아 정부군 장교가 난민 지위로 미국에 입국해 필라델피아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내전을 유발한 독재자 사무엘 도 정권의 대테러 특수부대장이었던 모제스 토마스 대령은 당시 찰스 테일러 등 반군이 수도 몬로비아에 접근하고 있던 상황에서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의 공격으로 도 정권의 종말이 임박한 1990년 7월 몬로비아에서 군인들에 의한 약탈과 살인이 빈발하자 피난처를 찾던 주민들이 적십자 깃발이 꽂힌 성베드로 루터교회당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토마스가 이끄는 정부군이 교회당에 난입해 총과 칼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해 아동을 포함한 민간인 600여 명이 무참히 살해됐다. 루터교 학살사건은 라이베리아 내전 중 발생한 최악의 인도적 재앙으로 인접국들이 무력을 동원해 내전에 개입하는 계기가 됐다.
학살 직후 시신들로 뒤덮인 교회당 내의 끔찍한 참상이 당시 가디언 등 서방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아동들은 부모들의 시신에 가려 극적으로 학살을 모면했고 이들이 20여 년 후 토마스를 찾아내 법정에 세우게 됐다.
내전 종식 후 책임자 처벌을 위한 라이베리아의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토마스를 학살 책임자로 지목했으나 그를 처벌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제 제3국(미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전 세계 인권침해조사처벌단체인 '정의와 책임센터'(CJA)는 당시 학살 생존자 4명의 증언을 토대로 4년간 추적 끝에 토마스를 찾아내 펜실베이니아 지법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은 아직 유럽처럼 보편적 인권침해 사범을 처벌하기 위한 사법절차가 없어 학살 범죄가 드러나더라도 신분을 속인 죄목 등으로 추방되는 것이 고작이다.
따라서 CJA는 일단 민사소송으로 토마스를 법정에 세워 그의 학살 범죄 사실을 입증할 방침이다.
만약 그의 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추방 절차를 거쳐 라이베리아로 송환돼 현지에서 형사처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는 미국에 입국 당시 군 전력을 속여 난민 자격으로 체류를 허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베리아에는 아직 내전 당시 학살범들을 단죄하기 위한 특별 법정이 설치돼 있지 않으나 CJD는 최근 취임한 조지 웨아 대통령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웨아 대통령의 경우 내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자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만큼 내전 책임자들을 단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89-1997년 발생한 두 차례 라이베리아 내전으로 약 25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