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 아지매 등장…'블랙 팬서' 부산촬영 효과는
'어벤져스2'보다 지역색 뚜렷…미국에 자갈치시장 세트로 구현
"부산 관광객 호기심 자극할 것"…당장은 영화 흥행 도우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부산의 트레이트 마크 중 하나인 '자갈치 아지매'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진출했다. 스쳐 지나가는 엑스트라가 아니다. 자갈치 아지매는 아프리카 가상의 왕국 와칸다에서 온 여전사 나키아(루피타 뇽 분)와 제법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루피타 뇽은 꽤나 연습한 듯한 한국어 대사를 여러 차례 선보인다.
14일 개봉한 영화 '블랙 팬서'에 영화의 도시 부산이 등장했다. 마블 스튜디오의 올해 첫 작품인 '블랙 팬서'는 지난해 3∼4월 보름간 부산 일대에서 차량 추격 장면 등을 촬영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부산이 등장하는 분량은 전체 러닝타임 135분 가운데 25분 정도다. 자갈치 시장의 좁은 골목길에서 시작한 차량 추격신은 광안대교를 거쳐 번화가와 주택가까지 부산시내 곳곳을 비춘다. 한글로 된 가게 간판과 도로 표지판이 그대로 읽히고, 현대적 도시로서 부산을 상징하는 마린시티의 전경도 나온다. 차량 추격신은 영화 초·중반 박진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자갈치 시장을 시작으로 부산의 랜드마크를 누비는 추격신은 일단 지역색을 충실히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영화의 배경을 와칸다에서 부산으로 옮기며 배우들 대사로 '부산'을 언급하기도 한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부산에 대해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현대적 건축물과 전통적 건물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며 "내 고향인 캘리포니아 북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마블 스튜디오는 특히 자갈치 시장 장면을 미국에서 추가 작업하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국내 촬영을 지원한 부산영상위원회의 이승의 영상제작지원팀장은 "제작진이 특수 카메라 12대가 장착된 차량으로 자갈치 골목을 촬영해간 다음 미국에 똑같이 세트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 팬서'의 부산 촬영은 2014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 2') 때와 여러모로 비교된다. 당시 국내 촬영 분량은 영화에 20분가량 반영돼 '블랙 팬서'와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 한강 다리가 통제되고 서울시내 버스노선까지 조정돼 시민이 불편을 겪은 반면 서울의 지역 색깔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게다가 서울 지하철 내부를 실제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담으면서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부산영상위에 따르면 마블 스튜디오는 재작년 여름부터 로케이션 매니저를 부산에 상주시키며 촬영을 준비했다. 촬영이 진행된 지난해 봄에는 마블 측 스태프 120여 명이 부산으로 건너왔다. 실제 촬영에는 국내 스태프와 엑스트라·통제요원 등을 포함해 3천여명이 참여했다. 마블 스튜디오가 이번에 국내에서 쓴 제작비는 4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외국 영상물 국내 로케이션 사업에 따라 일부를 환급받게 된다.
부산시는 촬영 당시 서병수 시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제작을 전폭 지원했다. 최근에는 광안리 해수욕장에 블랙 팬서 조형물을 세우며 '부산 알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승의 팀장은 "촬영장소에 대한 일본 등 외국 언론의 취재도 이어지고 있다"며 "'블랙 팬서'가 부산에 대한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당장은 부산시보다 마블 스튜디오가 직접적 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수입·배급사는 영화의 주인공 블랙 팬서에게 '부산 팬서'라는 별명이 붙이며 국내 촬영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감독과 배우들은 미국 내 시사회 이후 한국을 가장 먼저 찾는 등 안 그래도 충성스러운 국내 마니아들의 팬심을 자극했다. '블랙 팬서'는 개봉 열흘 전인 지난 4일부터 한국영화 기대작들을 제치고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부산의 지역성이 드러나긴 하지만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반지의 제왕'처럼 실제 관광효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마블 입장에서는 한국에서의 흥행이 아시아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인센티브에 따른 제작비 절감 효과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