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슈빌리 前조지아 대통령, 우크라서 폴란드로 압송
폴란드 "부인이 EU 회원국 출신이라 수용"…'유랑 정치인' 신세 전락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서 반정부 운동을 이끌어온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前) 조지아 대통령이 우크라 당국에 의해 폴란드로 강제 압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민국의 요청으로 사카슈빌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국경수비대는 "사카슈빌리가 유럽연합(EU) 회원국(네덜란드) 국적 부인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카슈빌리는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에서 복면을 한 괴한들에 체포된 뒤 항공기를 통해 폴란드로 강제 압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사카슈빌리가 불법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거주해 온 만큼 그가 원래 떠나왔던 곳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밝혔다.
한때 취득했던 우크라이나 국적을 상실한 사카슈빌리는 지난해 9월 우여곡절 끝에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들어왔다. 사카슈빌리 지지자들은 당시 국경 검문소에 진을 치고 있던 우크라이나 경찰들을 힘으로 몰아내고 그를 우크라이나 영토로 끌어들였다.
이후 우크라이나 법원은 사카슈빌리에게 불법 월경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고, 검찰은 그를 폴란드로 되돌려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사카슈빌리는 폴란드 도착 후 우크라이나 TV 채널 '뉴스원'(NewsOne)과 한 인터뷰에서 폴란드에 정치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 공항에 도착했을 때 (폴란드) 내무부 고위인사가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치 망명을 신청할지 물었다"면서 "나는 어떤 정치 망명도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사카슈빌리는 지난 2004~2013년 2기에 걸쳐 조지아의 대통령을 지내며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강력한 친서방 노선을 밀어붙여 러시아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3선에 실패한 뒤 젊은 시절 유학한 우크라이나로 이주해 못다 이룬 친서방 개혁 구상을 펼치려던 그는 2015년 5월 역시 러시아와 대립하며 친서방 노선을 걷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의해 우크라 남부 오데사주 주지사에 임명됐다.
조지아 국적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 국적을 부여받은 그는 그해 5월부터 약 1년 6개월 동안 주지사직을 수행하며 개혁 정책을 추진했으나 중앙정부 인사들과의 심각한 갈등 끝에 결국 포로셴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고 말았다.
사카슈빌리는 이후 한동안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가 지난해 9월 중순 재입국해 반정부 운동을 이끌다 포로셴코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강제 추방됐다.
사카슈빌리의 조국인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는 그에게 권한남용 혐의로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상태다.
한때 친서방 개혁주의 선구자로 이름을 떨치던 그는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유랑 정치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