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컬링대표팀의 정신력 훈련은 '아날로그 생활'
"인터넷 댓글에 상처주는 내용 많아…자발적 휴대전화 반납"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대표팀은 강릉선수촌에서 '아날로그 생활'을 하고 있다.
통신 기술의 발달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스마트폰의 즉석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소통하고,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영상통화를 거는 시대지만, 컬링대표팀은 휴대전화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1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첫 공식 훈련을 마치고 만난 여자컬링 대표팀은 모두 선수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민정 감독은 "선수촌에서 컬링 선수들이 한 층에 모여 있다. 일정표가 나와 있어서 그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으면 옆집에 직접 찾아가서 말하면 된다"고 밝혔다.
불편을 감수하는 이유는 '멘탈 관리'를 위해서다.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 불릴 정도로 높은 집중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스포츠다.
또 상대 팀과 스톤을 번갈아 던지면서 서로 수를 읽고 읽히는 상호작용을 한다.
결정적인 샷 실수를 하거나 상대 팀에서 위협적인 플레이가 나왔을 때 흔들리지 않고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믹스더블의 장혜지-이기정은 자신들의 활약으로 뜨거워진 컬링 열기에 대해 "그렇다고 하더라"라며 실감하지 못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장 내에서 열띤 응원을 보내는 관중에게는 큰 감사를 표시했지만, 인터넷 등 외부에서 쏟아지는 관심은 직접 체험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을 장반석 감독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인터넷 기사에 안 좋은 댓글이라도 보면 흔들릴까 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휴대전화를 저에게 맡겼다"며 "실제로 댓글에 안 좋은 내용이 많아서 안 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막내인 장혜지-이기정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험이 더 많은 4인조 선수들도 올림픽 기간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김민정 감독은 "저희도 그런 문제들 때문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선수들도 관심을 다른 곳에 빼앗기고 싶지 않아 한다. 상처를 주는 댓글이 많다"며 "선수들은 좀 더 집중하려고 자발적으로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신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심리 훈련도 한다.
미술 스포츠 심상 훈련, 개인 성향 테스트를 거쳐 컬링 경기 중 마음을 다스리는 법까지 훈련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준비한 여자컬링팀은 오는 15일 캐나다전을 시작으로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스킵(주장) 김은정은 "저희를 도와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막상 오니 편하게 즐기자는 마음도 든다. 꾸준히 만족하는 샷을 했으면 좋겠다"고 임전 소감을 밝혔다.
여자컬링팀 동료이자 자매인 김영미와 김경애는 "오래 기다려온 올림픽인데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영은 "이틀 후에 저희끼리 똘똘 뭉쳐서 잘해나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고, 김초희는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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