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골리 달튼 "이순신 장군, 대회 끝나면 다시 불러내야죠"
IOC, 이순신 동상 그려진 사용 금지 "놀랐고, 낙담했다"
(강릉=연합뉴스) 유지호 신창용 기자 = "지운 거 아닙니다. 위에 스티커를 붙였어요.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스티커 뗄 겁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캐나다 출신 귀화 골리 맷 달튼(32)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장비를 새로 단장했다.
장비 곳곳에 태극기 문양을 넣었고, 마스크(골리 헬멧) 옆면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그림을 새겼다.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막아낸 이순신 장군처럼 한국의 뒷문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달튼의 마스크에서 이순신 장군을 볼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순신 그림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 11일 오후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평창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공식 경기장인 강릉하키센터에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뒤에 만난 달튼은 여전히 IOC의 결정을 수긍하지 못했다.
그는 "2주 전에 IOC에서 마스크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고, 그래서 보냈더니 이순신 그림은 허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달튼은 "나는 무척 놀랐고, 낙담했다"며 "사실 개최국이라서 이 정도는 괜찮을 거로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지난 8일 슬로베니아와 평가전부터 달튼의 마스크에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지운 게 아니었다. 달튼은 "이순신 장군 그림 위에 스티커를 붙였다"며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스티커를 뗄 것"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달튼은 이런 문제 말고도 최근 몇 주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대표팀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인천과 안양에서 카자흐스탄, 슬로베니아,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와 총 4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달튼은 1승 3패로 끝난 4번의 평가전에서 OAR전 3피리어드 막판에 교체된 것을 제외하고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9일 열린 올림픽 개회식을 놓칠 수 없어 평창까지 갔다가 다시 훈련 캠프로 돌아가기도 했다.
다음 날 곧바로 안양실내링크에서 열린 OAR와 평가전에서 뛰었다.
그는 "정말로 지친다"며 "OAR 전에서는 1∼2피리어드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3피리어드에서는 정말로 에너지가 바닥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쉬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쉴 형편이 못된다. 올림픽 결전지인 강릉하키센터의 조명에 익숙해지려면 훈련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달튼은 한국 대표팀 전력의 핵심이다. '언더독'인 한국이 평창올림픽에서 '반란'을 꿈꿀 수 있는 것은 뒷문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달튼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강릉하키센터)에 오니 올림픽이 실감이 난다"며 "이곳에 와서 기쁘고, 최대한 빨리 이곳에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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