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81세 정선아리랑 소리꾼…전 세계가 감동했다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한국인이면 누구나 친숙한 정선아리랑의 대표 가사다.
정선아리랑은 조선 개국 시기에 세상을 등지고 정선 땅으로 숨어든 고려 유신 7명이 당시 심정을 가사에 담아 부르면서 시작됐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라는 당시 암울한 시대 상황을 의미했고, '만수산'은 고려 도읍 개경에 있는 산 이름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의 소리, 세계의 소리인 정선아리랑 가락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주인공은 김남기(81) 정선아리랑 예능 보유자이다.
그는 이번 올림픽 개·폐회식 출연진 중 최고령자였다.
그의 울림은 남북단일팀 선수단 입장에 이어 우리 민족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강인한 민족성을 표현하는 '뗏목 퍼포먼스'와 함께 세계인을 감동하게 했다.
그는 "세계인이 지켜보는 개막식에서 천 년의 소리 정선아리랑을 선보여서 너무 가슴 벅차고 생애 최고로 행복했다"며 "살아있는 날까지 정선아리랑을 부르며 후학 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선 북면에서 태어난 그는 43년 전인 1975년부터 정선아리랑을 배우기 시작했다.
고 나창주·최봉출 선생에게 아리랑을 배웠고, 2003년 정선아리랑 예능보유자가 됐다.
그가 태어나 자란 북면은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소.'라는 처녀 총각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정선아리랑 가사의 발상지인 아우라지 나루터 옆이다.
정선아리랑은 남녀 간 사랑·그리움, 시집살이 고됨·서러움, 남편에 대한 원망, 힘든 농사일, 떼꾼의 고단함 등 삶의 희로애락을 속임 없이 가사에 담았다.
때로는 풍자와 해학으로 노래했다.
정선아리랑연구소가 1991년부터 2013년까지 정선군과 중국 동북 3성에서 채록 조사한 2만3천여 수 중 중복을 제외하고도 정선아리랑 가사는 5천500수가 넘는다.
정선아리랑은 세계 단일민요 중 가장 많은 가사를 가진 노래로 평가받는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1971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고,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전정환 정선군수는 10일 "올림픽을 통해 정선아리랑이 전 세계인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라며 "정선아리랑의 세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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