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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 경관, 사건 이후에도 계속 고문했다"
피해자 김기식씨 증언…"박종철 사건 후 전보된 경찰에게 고문당해"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출소해서 재판을 보러 갔는데 대법정에 사람이 많더라고요. 무슨 재판인가 보니 박종철 열사 고문경관 재판이었어요. 법정으로 죽 들어오는데 날 고문했던 사람이 거기 있더라고요. 순간 공포스러웠죠."
1987년 학생운동에 참여하다 구속돼 경찰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했다는 김기식(전 서강대 총학생회 총무부장)씨는 박 열사 고문치사사건에 연루됐던 경찰관이 사건 이후에도 자신에게 고문을 자행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고 10일 전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남영동인권기념관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고문피해자 증언대회에 나와 1987년 서울시경찰국(현 서울지방경찰청) 장안동 대공분실에서 겪은 고문 피해를 증언했다.
그는 "당시는 박 열사 사건 직후여서 고문 추방이 가장 큰 이슈였다"며 "그런데도 나에게 뒤쪽으로 수갑을 채우고 옷을 벗기고 눈을 가려 공간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공중에 들어 통나무 내리꽂듯 욕조 속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이후 출소한 김씨는 법원에 재판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박 열사 고문에 가담한 경찰관들의 재판을 방청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날 고문한 경찰관 중 가장 졸병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거기 있더라"며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저 사람이 날 고문했다'고 중얼거렸다"고 말했다.
해당 경찰관은 1987년 1월 고문치사사건 발생 직후 구속된 조한경 경위·강진규 경사 외에 그해 5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폭로로 밝혀진 고문 경관 3명 중 한명인 이정호 경장이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나에게 밥을 시켜주거나 진술서를 쓸 때 앞에서 기다리는 등 잔무를 맡던 친구였다"며 "한번은 제주도 '한란'을 누가 공수해줘서 키운다고 하던데 그런 야만의 현장에서 난 치는 이야기나 한다는 데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공소장 기록을 보니 이 경장은 박 열사 고문 사건을 저지르고서 그해 2월 전보된 뒤 약 일주일 만에 나를 만나 또 고문행위를 한 것"이라며 "이는 박 열사가 숨진 후에도 일상적으로 계속 고문이 이뤄졌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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