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하나은행 인사실무자 수첩서 '윗선' 개입 정황
'장(長)', '합격' 등 발견…검찰, 메모 의미·배경 확인 작업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KEB하나은행 인사 담당자들의 수첩에서 윗선 지시를 암시하는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검찰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대검찰청이 지난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아 이첩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관련 참고자료 가운데 인사 담당자들의 수첩에서 '장(長)'과 '합격' 등의 글씨를 발견했다.
이 메모는 짤막한 낱말들만 나열돼 있어 그 자체만으로는 정확한 의미나 전후 맥락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는 이 메모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또는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 윗선을 지칭하는 일종의 은어 또는 약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메모를 작성한 배경과 메모의 뜻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을 압수수색 해 인사 관련 자료들을 확보한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인사 담당자들을 불러 메모 속 '장'이 누구를 뜻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특히 담당자들의 진술뿐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메모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들이 사실관계를 부인할 경우 진술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들이 채용비리가 문제 될 때를 대비해 '윗사람의 강압에 못 이겨 한 행동'이라는 책임 회피성 허위 메모를 남겨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은행은 직원 선발 과정에 특혜를 줄 목적으로 관리된 명단이 없다며 채용비리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해당 메모의 내용이 실제 윗선 지시를 뜻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이뤄진 금감원 조사에서 파악된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의심 사례 총 22건 중 절반이 넘는 13건이 하나은행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은행 사외이사나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 명단인 이른바 'VIP 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입사 과정에 특혜를 주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위스콘신대 등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의 임원 면접 점수를 임의로 올려준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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