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례적 시리아군 공습…"러·터키·쿠르드 다목적 메시지"
러·시아파 세력에 '유프라테스강 동쪽으로 접근금지' 경고
"쿠르드 달래기·터키 자제 촉구 의도도 드러나"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군 전투기가 이달 7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시리아 친정부군을 직접 공습한 것은 시리아 사태의 각 주체에 동시에 보내는 다목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이끌며 시리아 사태에 뛰어들었지만 시리아군과 반군 사이 대립에는 직접적인 개입을 삼갔다. 일부 반군 조직의 무장을 지원했을 뿐이다.
미국이 시리아군이나 동맹세력을 직접 공격한 것은 작년 반군 지역 칸셰이쿤에서 사린가스 공격이 발생해 7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후 토마호크 미사일로 시리아군 시설을 공격했을 때 등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은 이번 공습 후 시리아 친정부군 100명 이상이 전사했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국제동맹군은 성명에서 "동맹군과 파트너를 보호하고자 동맹군 파트너를 공격하는 세력을 몰아내는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동맹군 파트너'란 시리아 IS 격퇴전의 지상군으로 싸우는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을 가리킨다.
동맹군에 따르면 미군의 공습에 앞서 시리아군 동맹세력이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주(州) 유프라테스강 동편에 있는 SDF를 먼저 공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미국은 러시아·시리아·시아파 세력을 향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 접근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유프라테스강 동쪽, 시리아의 북부와 북동부는 SDF가 통제하는 지역이다.
하사케와 코바네 등은 쿠르드의 반(半)자치 지역이며 데이르에조르 동부는 미군을 등에 업은 SDF가 IS를 몰아내고 장악했다.
터키군의 공격을 방치하는 미국에 불만을 토로하는 쿠르드를 달래려는 의도도 읽힌다.
앞서 지난달 터키는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YPG는 IS 격퇴전 '파트너' SDF의 주력이나 터키는 이 세력을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분파 테러조직으로 여긴다.
시리아 쿠르드는 미국이 터키의 아프린 공격에 제동을 걸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프린 YPG를 지원하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있다.
동맹군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성명에서 '동맹군의 파트너'를 보호한다는 내용을 반복, 강조했다.
쿠르드를 IS 격퇴전에 이용만 하고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배신감이 확산한 YPG에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는 보호를 제공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이번 공습은 터키에 보내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아프린에서 동쪽으로 100㎞ 떨어진 만비즈로 작전을 확대한다고 여러 차례 위협하며, 만비즈에서 미군과 YPG가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터키 대통령 대변인은 미군이 YPG와 섞여 있다면 터키군의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군의 이에 직접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리아 친정부군 공습과 성명으로 SDF 공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제동맹군 사령관 폴 E. 펑크 미군 중장과 특수작전 지휘관 제이미 재러드 미군 소장은 만비즈를 찾아 터키에 더욱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펑크 중장은 취재진과 만나 "IS 패배를 확실히 하기 위해 이 지역에 있을 것"이라고 말해 만비즈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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