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불상, 보물 지정 예고…"경주 이전 문제는 미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북 경주에 있다가 일제강점기 반출된 뒤 청와대 경내로 옮겨진 신라 석불좌상(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가 8일 열린 회의에서 청와대 석불좌상의 보물 승격 안건을 심의해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라는 명칭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불상은 높이 108㎝, 어깨 너비 54.5㎝, 무릎 너비 86㎝로, 경주 석굴암 본존불과 양식이 매우 유사하다. 풍만한 얼굴과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눈이 특징으로 '미남불'로도 불린다.
당당하고 균형 잡힌 모습과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한 팔각형 대좌 대신 사각형 대좌가 있다는 점이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중대석과 하대석이 손실됐으나, 나머지 부분의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청와대 불상은 본래 경주에 있었으나 1913년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오히라(小平)가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게 바친 것으로 전한다. 이후 1939년 경복궁에 새로운 총독관저(현 청와대)가 지어지면서 현재의 위치로 이전됐다.
이번에 청와대 불상이 보물로 지정 예고되면서 논란이 됐던 경주 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문화재청은 지정조사 과정에서 청와대 불상의 재질을 분석해 경주 지역 암질과 유사하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불상이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경주 남산과 도지동 이거사(移車寺) 중 한 곳을 특정할 만큼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물 지정은 문화재의 학술적·예술적 가치만 판단해 결정할 뿐 이전 문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원래 위치를 찾아내 복원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상이 보물로 지정되면 보호관리 책임주체가 서울시에서 중앙정부로 변경되고, 이전을 추진할 때 다시 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주 지역 문화계에서는 하루빨리 불상을 고향으로 돌려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원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불상을 옮겨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해 청와대 불상의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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