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北 예술단 공연 임박…마지막 리허설 돌입(종합)
점심식사 후 오후 4시 강릉아트센터 도착
(강릉=연합뉴스) 이웅 기자 =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15년 만에 남한을 찾은 북한 예술단의 역사적인 공연이 8일 오후 8시부터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다.
점심을 위해 숙소인 묵호항의 여객선 만경봉 92호로 돌아갔던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은 오후 4시 공연장에 다시 모습을 보였다.
표정은 밝았으나 진지했고, 오전까지 활기찼던 분위기가 차분해져 공연을 앞둔 미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5대의 관광버스에서 내린 140여 명의 단원은 오전 리허설 때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트레이닝 복 차림이었다. 남녀 단원들 모두 왼쪽 가슴에 인공기가 박힌 빨간색 라운드 티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었다.
공연 때 착용할 무대복 등을 따로 운반하는 듯 박스를 들거나 바퀴가 달린 가방을 끄는 단원들도 눈에 띄었다.
4시간 뒤에 막이 오르는 공연 때까지 마지막 리허설에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단은 이날 오전 9시 20분 강릉아트센터에 도착해 오전 3시간 가까이 리허설을 한 뒤 점심을 위해 만경봉호로 돌아갔다. 단원들은 전날도 12시간 동안 연습을 한 후 밤 9시 20분께 숙소로 향했다.
예술단원들은 전날 밤 공연장을 나오면서, 한반도기를 흔드는 시민들에게 두 손을 크게 흔들면서 '와∼' 하는 함성을 내질렀으며, 이날 숙소로 돌아갈 때도 웃음을 짓고 손을 흔들어 호응했다.
이날 공연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공연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없지만, 한국 가요와 외국곡, 북한 노래 등으로 레퍼토리가 짜일 것으로 보인다. 가수 이선희의 'J에게',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등이 남북에 친숙한 남쪽의 대중가요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대는 배후에 관현악 밴드를 배치하고 앞쪽에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을 두는 북한 예술단의 일반적인 공연 무대와 비슷하게 꾸며졌고, 레이저 조명 장비 등이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빙상경기장이 밀집한 강릉 올림픽파크 인근에 있는 강릉아트센터는 최첨단 공연설비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연이 열리는 사임당홀의 관람석은 998석이다.
이날 공연에는 사회적 약자, 실향민, 이산가족 등이 초청됐으며, 560석은 추첨으로 선발된 일반 시민으로 채워진다. 관람객들은 공연장에 입장 전 신분증(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외국인등록증 등)으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릉과 서울 공연을 합쳐 무작위 추첨을 통해 780명(1인당 티켓 2매)의 일반 관람객을 선정한 티켓 공모에는 15만6천여 명이 몰려 2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조선국립교향악단, 만수대예술단, 국가공훈합창단 등 6∼7개의 북한 예술단에서 최정예 연주자와 가수, 무용수를 뽑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날 강릉 공연 후 서울로 이동해 11일 오후 7시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고 귀환할 예정이다.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당시 북한 예술단이 동행해 공연한 이후 15년 6개월 만이며, 실제 공연에 참여하는 북한 예술단원만 140여 명으로 규모도 역대 최대다.
이날 오전 단원들이 리허설하는 동안 강릉아트센터 앞에선 10여 명의 강원도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6일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호가 동해 묵호항에 도착할 때 벌어졌던 보수단체의 과격 시위를 비판하며 "평창 평화올림픽을 방해하는 세력은 청정 강원도를 당장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릉아트센터 인근에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단체와 한반도기를 든 단체들이 대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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