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더 많은 식량'을 위해 발전해왔다"
신간 '문명과 식량'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인류 문명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루스 디프리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그중에서도 인류의 문명은 '식량'의 관점에서 인간 문명을 바라본다.
신간 '문명과 식량'(눌와 펴냄)은 인류가 채집하고 사냥하고 농사짓고 교역해 온 식량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디프리스 교수는 문명은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더 좁은 땅에서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해 왔다는 관점으로 문명을 바라본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가축과 작물의 종자를 이동시켜 전 세계의 식단을 바꿔놓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 많은 식량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질소비료를 탄생시켰고 화석연료의 등장은 식량 생산량을 급격히 늘렸다. 살충제 DDT 역시 식량 생산량이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자연을 변형하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식량 증산을 둘러싼 인류의 노력은 전에 없었던 문제들을 불러온다. 작물 생산 증대에 따른 도시 인구수 증가가 오물의 처리 범위를 넘어서며 콜레라 등이 유행했다. 신대륙 발견은 구대륙에 식량과 함께 질병도 가져왔다. 질소비료는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대기의 온실가스 농도를 높였다. 화석연료는 환경 오염을 가져왔고 DDT는 해충 외에 다른 동물들과 인간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됐다.
저자는 이런 모습들을 성장-도끼-톱니바퀴의 주기로 설명한다. 성장이 과도하게 이뤄지면 그동안의 성장세를 내리치는 도끼가 등장한다. 그러나 자연의 산물을 이용하는 새로운 해결책이 다시 등장하면서 성장의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 문명은 이런 식의 주기가 반복된 역사라고 주장한다.
감자를 둘러싼 아일랜드 대기근이 좋은 예다. 신대륙 발견으로 16세기 후반 구대륙에 들어온 감자는 18세기 초반에는 유럽 전역에서 보편화했다. 가난한 아일랜드 농민들은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감자에 크게 의존했지만 1845년 감자 역병이 돌며 아일랜드는 대기근을 맞게 된다. 역병과 기근이라는 도끼가 등장한 것. 그러나 이후 역병에 강한 감자품종이 들어오고 밭이 넓어지며 감자를 더 넓은 간격으로 키울 수 있게 되면서 감자 역병으로 인한 위험은 줄어든다. 다시 성장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과잉 식량 문제로 고민하며 성장이 절정에 다다른 지금 또다시 도끼가 내리칠 것인가. 그리고 인류는 다시 성장의 톱니바퀴를 돌릴 방법을 찾아낼 것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그 결과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면서도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인류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우리 인간 종이 지구의 산물을 변형해 온 끝없이 반복되는 주기 속에서 앞으로도 틀림없이 더 많은 한계와 해결책이 나타날 것이다. 인류는 지금도 우리의 창의성에서 비롯된 거대한 변화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러할 것이다." 원제 'The Big Ratchet'에서 '래칫'(Ratchet)은 '한 쪽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톱니바퀴'를 의미하는 단어다. 정서진 옮김. 364쪽. 1만6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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