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평창의 꿈'이 만들어준 말레이시아 피겨의 평창 데뷔
(강릉=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은 3수 도전 끝에 개최권을 따낸 '평창의 꿈'과 함께 익어간 동계스포츠 변방국 소년의 꿈이 동시에 실현되는 무대다.
말레이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 줄리안 이 즈제(21)는 '평창의 꿈'이 키워낸 선수다.
평창올림픽 공식 정보제공 사이트인 '마이인포 2018'에 따르면 그저 '에어컨 나오는 실내에서 하는 운동이 멋져 보여서' 스케이트를 타던 이는 2009년 한국을 방문해 비로소 동계스포츠의 세계에 제대로 눈을 떴다.
당시 이는 강원도 평창이 2004년부터 운영한 '드림프로그램'의 참가자였다.
드림프로그램은 평창이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약한 전 세계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이다.
눈과 얼음이 없는 열대지역 국가와 저개발 국가 청소년을 초청해 겨울 스포츠를 체험하고 우호를 증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제대로 된 캠프에서 부모님 없이,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모든 경험이 처음이었다"면서 "이 경험이 내 마음속에 불꽃을 일으켰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드림프로그램을 경험한 후 피겨스케이터가 되기로 결심한 이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어렵게 훈련을 이어갔다.
피겨스케이팅이 스포츠라고 치지도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쿠알라룸푸르 쇼핑몰 아이스링크에서 문을 열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훈련하기 위해 주인을 설득해 가며 기량을 키웠다.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이는 2016년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모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독일 네벨혼 트로피에서 평창으로 가는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평창에서 키운 이의 꿈이 평창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 사이에 말레이시아 사회의 분위기도 조금은 바뀌었다.
지난해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이는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냈다.
여전히 경기장은 쇼핑몰의 아이스링크였지만, 이의 연기를 보기 위해 수많은 팬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는 "말레이시아가 동계올림픽에 나갈 거라고 믿은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라며 "이제는 사는 곳이 어디라도 동계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평창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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