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 95개조 반박문 낸 민종기 목사 "목회 세습은 죄악"
LA 충현선교교회 담임목사, '목회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교회는 소유하거나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사적인 재산이 아니라 공공의 재산입니다. 교회의 관점에서 봤을 때 목회 세습은 그리스도의 소유권을 찬탈하고 그리스도의 주권에 반역하는 죄악으로,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목회세습, 하늘의 법정에 세우라'(대장간 펴냄)는 사회적 논란이 된 교회세습에 대해 현직 목사가 비판한 책이다. 1517년 루터가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며 내걸었던 95개조 반박문의 형식을 빌려 목회세습이 왜 용납될 수 없는 것인지 95개 조항을 통해 조목조목 따진다.
저자는 미국 LA에 있는 충현선교교회의 민종기 담임목사. 충현선교교회의 모교회였던 충현교회는 1997년 '대형교회 목회세습 1호'라는 불명예를 얻었던 교회다. 당시 충현교회 김창인 목사는 은퇴 후 아들을 담임목사로 세웠다가 이후 부자간 갈등을 빚으면서 교회가 분열됐고, 2012년에는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것이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라고 공개적으로 참회하기도 했다.
6일 만난 민 목사는 "충현교회의 세습과 회개 이후 20년간 대형교회의 세습이 잇따르고 중소형 교회로도 확산했다"며 "세습으로 목회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끄럽고 안타까워 이에 대한 글을 꼭 써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 목사는 책에서 성경과 역사적·신학적 관점에서 목회세습이 왜 잘못된 것인지 하나하나 분석한다.
교회는 사적인 재산이 아니라 공적인 기관이라는 점에서 목회세습은 공동체에 대한 월권행위이며, 신학적 관점에서 교회의 소유권은 그리스도에게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소유권과 주권을 찬탈하는 절도행위이자 반역 행위라고 민 목사는 주장한다.
세습한 교회들이 정당한 청빙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들이 청빙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공정한 경쟁과 절차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청빙으로도 세습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교회 역사를 봐도 이미 341년 친인척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임 지도자가 살아있을 때 후임을 정하지 않는다는 교회법이 만들어졌고, 족벌주의의 폐해를 막기 위해 신부의 독신제도가 도입됐다.
민 목사는 "종교개혁을 한 개신교가 중세의 성직 세습을 답습함으로써 개혁 대상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세습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목회자 자신이 욕심을 버리고 사사로운 결단을 하지 않아야 하지만, 평신도들의 성숙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인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청빙 절차에서 평신도들이 힘을 발휘해 세습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민 목사는 이날 저녁 마포구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열리는 북토크 행사에 참석해 강연할 예정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와 출판사가 주최하는 이날 행사에는 김정태 목사(사랑누리교회)와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가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해 토론을 벌인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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