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 수장 "로힝야 문제 방치땐 지역 분쟁화" 경고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겨냥한 학살과 인종청소를 방치할 경우 지역분쟁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유엔 인권수장이 5일 경고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권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얀마는 현재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이어 "오늘의 인권 침해는 곧 내일의 분쟁이 될 수 있다"며 "로힝야족 위기가 종교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더 광범위한 영토 갈등을 촉발한다면 잇따르는 분쟁은 더 큰 불안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이드 대표는 "지난해 8월 시작된 발작적인 폭력과 이로 인해 촉발된 난민 사태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정점"이라고 규정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주류인 아라칸인(불교도)과 영국이 쌀농사에 투입할 값싼 노동력 확보를 위해 유입시킨 소수인 벵갈리(이슬람교)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차 대전 당시 영국령 미얀마를 침공한 일본이 지배세력 공백을 틈타 이슬람교도를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이후 영국이 반일 감정을 가진 로힝야족 의용군을 무장시켜 영토 재탈환에 앞장 세우면서 양측은 본격적인 유혈충돌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영국군이 무장시킨 로힝야족 의용군은 일본군과 싸우는 대신 일본군에 협조적이었던 불교도를 학살하고 불교 사원과 불탑을 파괴했다. 이후에도 두 종교집단 간의 갈등은 계속됐다.
198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의 미얀마 군부는 '국적법'을 제정해 8대 민족과 135개 소수민족에 국적을 부여하면서, 로힝야족을 국적 부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2년에는 로힝야족의 불교도 여성 집단성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유혈충돌로 2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주류인 불교도와 소수인 이슬람교도 간 갈등이 더욱 심화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10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전신인 '하라카 알-야킨'(Harakah al-Yaqin, 믿음의 운동)이 경찰 초소를 습격, 9명의 경찰관이 살해되자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토벌 작전을 벌였다.
또 미얀마군은 지난해 8월 ARSA가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재차 경찰 초소를 습격하자, 이 단체를 테러세력으로 지목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학살됐다는 주장이 이어졌고 69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토벌 작전을 빌미로 살인, 방화,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고,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하고 미얀마군에 대한 제재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와 군은 이런 주장이 조작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조사도 거부하고 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연말 합의를 통해 난민 전원을 2년 이내에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난민들이 안전과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미얀마행에 반대하면서 송환 일정은 잠정 연기된 상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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