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업계 "美페북·中텐센트, 은행 대체할 것…규제해야"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유럽 금융업계 수장들이 미국 페이스북과 중국 텐센트(騰迅)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은행을 대체할 것을 우려해 은행권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금융기관 수장들은 연내 고객이 허가하는 경우 고객 계좌에 대한 제3자의 접근을 허용하도록 한 오픈뱅킹 규정 도입으로 IT 그룹들이 은행업의 좋은 과실만 골라 따먹을(cherry-pick)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페인 은행 BBVA의 프란시스코 곤잘레스 회장은 "미국 페이스북과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그룹들이 많은 은행을 대체할 것"이라며 "당국이 금융 안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이러한 대규모 변화에 조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20개국(G20) 등 세계적 기구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곤잘레스 회장은 대형 IT 그룹과 은행 간 불공평한 규제 때문에 IT 그룹의 강렬한 도전에 직면한 은행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랠프 해머스 최고경영자(CEO)도 유럽의 새 오픈 뱅킹 규제가 IT 그룹들에 시장의 문을 열어줬다며 "이들이 쓸 수 있는 돈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은행들에 위협"이라고 말했다.
해머스 CEO는 "현재 고객이 구매하는 것에 대한 거래 기록을 갖고 있지 않은 IT 그룹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완전하게 영업할 것"이라며 "사회가 권력 집중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 공룡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 고객 데이터를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로이즈 오브 런던의 회장 겸 스페인 방코 산탄데르 부회장인 브루스 카네기-브라운은 "IT 그룹들이 이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와 서비스, 데이터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분명히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IT 기업들은 최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조세 회피, 반경쟁적 행위, 극단주의 콘텐츠 게시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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