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요원, 사표 내고 NYT에 '트럼프·공화당 비판' 기고
"당파적 공격에 FBI 훼손, 침묵하며 남아있을 수는 없어"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가운데 10년 이상 몸담았던 FBI 요원이 정치적 목적의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사표를 던졌다.
조쉬 캠벨이라는 FBI 요원은 3일자 뉴욕타임스(NYT)에 "내가 왜 FBI를 떠나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배지를 반납하고 사랑하는 조직을 떠난다"면서 "무자비한 공격은 최고기관 FBI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훼손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커지는 목소리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퇴가 고통스럽다"면서도 "FBI가 정치적 목적에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침묵을 지키면서 남아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소수의 전·현직 동료들은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FBI 요원들은 정치적 외풍에 개의치 않는 집념의 사람들이지만 임무 성공을 위해서는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당파적 목적을 가진 정치인들로부터의 '초토화 공격'은 FBI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 대중들로부터의 지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팀에 몸담았었던 FBI 수사관 피터 스트르조크와 불륜 관계로 알려진 변호사 리사 페이지 간의 반(反) 트럼프 문자 메시지와 '누네스 메모' 등 최근 FBI 공격 대상이 됐던 사건에 대해서도 방어에 나섰다.
캠벨은 스트르조크와 페이지의 문자 메시지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솔직하지 않지만, FBI를 잘 아는 사람들이 FBI가 내부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암시하는 것도 똑같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스트르조크는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페이지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 '역겨운 인간' 등으로 표현해 뮬러 특검팀에서 퇴출당했다.
캠벨은 '누네스 메모'에 대해서도 영장에 기술되는 모든 내용은 독립적인 판사에 제출되기 전에 FBI 내부에서 최소 10명의 면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면서 FBI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
'누네스 메모'는 FBI와 법무부가 트럼프 캠프의 외교 고문을 맡았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시 영장을 신청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 측이 자금을 댄 영국 첩보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나온 정보의 일부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의 이름을 딴 4쪽짜리 문건으로 하원 정보위는 민주당의 반대에도 이를 공개했다.
캠벨은 FBI에서 대테러, 해외 인질 구출 임무 등에 종사했다.
그는 "FBI 아카데미에서 첫 교육훈련을 이수하고 당시 로버트 뮬러 국장으로부터 FBI 배지를 받았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 중의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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