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취업비상] 전문가 "청년수당 도입해 스스로 일자리 만들 기회줘야"
"단기적 수치에 집착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 찾아야"
"청년실업대책 나온지 15년, 아직 해결기미 없어"…"2030년 돼야 개선 가능" 전망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경제전문가들은 4일 정부가 고용률이나 실업률 등 단기적인 수치에 집착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청년실업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실업 대책을 처음 내놓은 지 15년이 지났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동안 청년실업 인구가 누적돼 2030년은 돼야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청년수당을 지급해 청년들이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중소기업 등 민간 일자리 질 개선이 시급하며, 임금뿐 아니라 근로시간, 휴식권, 직장문화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누적된 청년실업 인구…2030년 돼야 개선 가능성"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2021년까지 인구구조에서 25∼29세가 많이 늘어나니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이 어렵다. 정부는 총력전을 해야 한다.
2022년부터는 수치가 개선되겠지만, 그다음이라고 청년실업 상황이 좋아질 이유는 없다. 누적된 인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청년 실업은 그 전부터 누적된 것이다. 지금 청년이 누적되면 앞으로도 힘들다. 2030년 정도가 돼야 좋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 역시 시장규모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서다.
◇ "빈 일자리 찾아내고…청년일자리 패키지대책 마련해야"
-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
정부는 지난 10년간 21차례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하고 추진했지만, 내용이 중첩되고 재탕·삼탕인 경우도 많았다. 근본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다. 청년 절대다수가 대학을 가고 고학력화해 기대하는 임금과 근로조건 수준을 만족하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 독일이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대·중·소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작다. 꼭 대기업이 아니어도 갈 곳이 많다. 우리나라는 격차가 큰 데다 최근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청년일자리는 반도체 제조업이나 자동차 등 기존주력산업뿐 아니라, 4차산업 혁명이나 디지털화 관련 미래형 산업에서 늘려야 한다.
고령화 때문에 인력수요가 늘어나는 보건복지의료서비스업이나 청년들이 선호하는 지식 관련 사업기술서비스업도 청년 일자리의 보고가 될 수 있다.
기존 중소기업 빈 일자리 중에 좋은 일자리가 있을 수 있다. 정보 비대칭이 있을 수 있으니 고용서비스기관에서 빈 일자리를 제대로 찾아내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시행 중인 정책 중에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장기근속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가 고용증대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인다.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해 2년 근속하면, 본인부담금으로 300만원을 낸다면, 사업주가 400만원, 정부가 900만원을 대서 1천600만원 목돈을 탈 수 있는 제도다.
정부부처 간의 칸막이 때문에 정부부처 정책들이 따로 노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 정책들을 같이 연결해 패키지로 한다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할 것이다. 최저임금 종합대책을 패키지 형태로 마련했듯 청년일자리 해결방안도 패키지대책이 필요하다.
◇ "청년층에 집중 지원필요…기존 노동자에 유리한 노동시장 경직성 풀어야"
-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청년실업은 특단의 대책이 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성장률을 높이는 대책 내놓으란 것과 비슷하다. 가장 근본적 문제는 저성장·미숙련자·미경험자 수요가 적다는 것이다. 여성이나 고령층의 고용은 개선되고 있지만, 청년층은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어, 청년층에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청년고용 시 좀 더 메리트를 주거나 지원 자체를 확대하는 식이다. 기존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풀어줘야 청년층이 좀 더 진입할 여유가 있을 것이다.
저성장 하에서는 기존에 하던 것을 유지하려는 비율이 높고, 새로운 수요가 적다. 하던 사람이 유리해지고, 부가가치가 높은 창의적 인력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 청년 대졸 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한 상황이다. 대학 등록금 지원 등은 단기적으로 미스매치를 더 심화할 수 있는 만큼, 고졸 인력 지원을 늘리고, 고졸을 보는 사회 인식을 바꾸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
◇ "구직자 안전망 확대하고 민간 일자리 질 개선해야"
-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가장 먼저 구직촉진수당 등으로 구직자나 이직자 고용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 실업상태에 있으면 경력단절이 더 커져 향후 계속 노동시장에서 페널티를 받게 된다.
공공일자리 확대도 필요하지만, 민간 일자리 질의 개선이 시급하다. 일자리 개선을 위해서는 근로시간, 휴식권, 직장의 문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안 가는 게 임금이 적은 것 때문만은 아니다. 임금은 적은데 조직문화도 안 좋다. 수평적이어야 일할 맛이 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일자리 질 개선이 반드시 같이 이뤄져야 한다.
◇ "청년실업은 일자리간 격차 때문…좋은 일자리 확대돼야"
- 강두용 산업연구원 부원장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에 비해 높은 것은 최근에 고용이 주로 고령자 중심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고령자들은 남은 기간이 적어서 그런지 일자리 선택에서 탐색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에, 청년은 처음 구하는 일자리가 자신의 커리어가 되니 탐색 기간이 길고 좋은 일자리를 고르게 된다. 어느 나라나 그런 문제가 있다. 그런 면에서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일자리 간의 격차가 하나의 원인이다. 청년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 즉 공공부문, 대기업 등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에 경기나 수출이 좋아지는 것이 IT나 수출 중심이고, 그쪽이 고용창출이 별로 안 돼서 고용증가로 연결이 안 되는 면이 있다. 정부가 일자리에 재원투입을 확대하는 등 초점을 맞춘 것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성장과 형평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 "청년수당 지급해 하고 싶은 일 준비할 기회줘야"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는 소위 에코붐 세대가 노동시장 진입을 긴급상황으로 진단했다. 정부정책에 처음 청년실업이 등장한 게 2003년이다. 15년간 문제 해결을 못 했다면 근본 문제를 성찰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 보니 임시방편만 찾는다. 재정을 투입해서 만드는 일자리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면 한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고용률이나 실업률 등 수치에 연연하면 단기적인 대책일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의 근본 문제는 제조업 일자리가 25년째 줄어드는데 이를 대처하는 산업생태계 만들어지지 않은데 있다. 현행 대학 교육 방식은 제조업 시대 인력을 만드는데, 제조업 고용은 줄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사회의 기본 틀이 바뀌는 문제로, 그에 걸맞은 아이디어가 풍부한 인력을 키워야 한다. 청년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훈련을 대학 다닐 때 못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거 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두세 개씩 하니까 치어서 추진을 못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100만 원씩이라도 3년 정도 지원을 받으면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할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교육은 창업역량은 안 가르치고 창업하라고만 한다. 청년수당 등을 체계화해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해결하게끔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기존 정부 청년일자리 대책 자금 갖고 20∼30세에 3년간 쓸 수 있게 지원을 한다면 1년에 7만∼8만명씩 지원이 가능하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