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에 울려 퍼진 통곡…밀양시가 함께 울었다
희생자 40명 한명씩 호명하자 유족·시민 함께 울음바다
(밀양=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국화 1만 송이도, 스님의 범패(梵唄)와 바라춤도, 신부님의 연미사도 유족들의 비통함까지 달래진 못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넋을 기리는 합동위령제가 3일 오전 11시 밀양문화체육관에서 엄수됐다.
합동위령제엔 유족 160여명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 박일호 밀양시장, 시민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위령제 한 시간 전부터 유족들은 밀양문화체육관을 찾아 차분하게 행사 시작을 기다렸다.
일부 유족은 북받치는 감정 때문인 듯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체육관 밖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9일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봉사활동에 열을 올렸다.
자원봉사자들은 위령제 참석자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컵라면, 어묵을 대접하거나 한파에 꽁꽁 언 손을 녹일 핫팩을 나눠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밀양시가 마련한 의자 700석은 행사 시작 전 일찌감치 위령제 참석자들로 빈틈없이 꽉 들어찼다.
뒤늦게 도착한 참석자들은 입구나 복도 등에 빼곡하게 들어서서 위령제를 지켜봐야 했다.
행사 내내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무거운 표정으로 위령제가 끝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묵념과 경과보고, 강신례, 추도사, 유족대표 인사, 종교의식에 이어 마지막 헌화가 시작되자 유족들은 참았던 감정을 토해냈다.
한 유족은 헌화 도중 오열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다른 유족의 부축을 받아 자리로 돌아가기도 했다.
다른 유족들도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한 채 비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영정 앞에 꽃을 바쳤다.
진행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40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했다.
약 30분 동안 헌화가 진행되는 동안 체육관 안에는 고인을 호명하는 진행자 목소리와 유족들의 통곡이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1, 2층에서 이를 바라보던 시민들도 코끝이 찡해진 듯 토끼처럼 눈이 빨개졌다.
조용히 흐느끼거나 눈물을 훔치는 시민도 있었다.
행사 시작 전까지 해맑게 웃던 아이들도 위령제가 시작되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부모님 손을 꼭 잡았다.
이날만큼은 너나 할 것 없이 위령제 참석자 모두가 고인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심정은 박일호 밀양시장의 추도사 한 구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의 삶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겪은 아픔 모두 내려놓으시고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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